항상 침착하려 애쓰는 편인데
오늘은 엄마와 싸워버렸다.
집에서 산 지 두 달 째,
알바도 안 하고 쉬고 있는 데다 취업 소식도 없으니 답답했나보다.
그러다 동생이 내가 내년에 일본 여행을 간다는 걸 말해서
엄마가 그 얘기를 꺼냈다.
네가 지금 일본 여행 갈 때냐고
취업 안 하냐고.
흠 처음에는 얘기를 안 꺼내려 하더니
이제 답답한가보다.
근데 짜증나서 화를 내버렸다.
그래서 어떡하라는 거냐고.
기껏해야 일주일인데
그것도 가면 안 된다는 것인가?
뭐만 하면 니가 지금 그거 할 때냐, 하는 엄마의 사고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도 터진 듯 했다.
나의 질문은
1. 내가 취업을 하든 말든 자신이 무슨 상관인가?
-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줄곧 자취하다가 부모님 집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두 달이다. 며칠 있음 나갈 거고. 계속 얹혀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한테 용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언제 취업하는 지가 왜 엄마에게 그렇게 중요한 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늦게 취업하는 게 왜 엄마가 답답할 일인 지 모르겠다.
2. 취업 준비와 여행이 무슨 상관인가?
- 일주일 일본 갔다오면 뭐가 달라지는가? 취업 준비를 해야 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 있으란 말인가?
.
.
흠 이 두 가지는 사실 방어기제로 떠오르는 거고
아마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어서 화를 낸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취업 준비를 하는 줄 알지만 사실 나는 열어놓고 고민 중이다.
워홀, 대학원 등.
주변 어른들과 이야기해봐도 해외로 나가라, 공부해라 하는 이야기가 더 많아서
학업을 더 하고 싶은데
엄마는 교육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얼른 회사나 공장에 취직하라는 식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그것이 아닌 다른 분야는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쓸데없다 한다.
그게 엄마가 가진 세계관의 한계겠거니, 하고 잘 참아왔는데
오늘은 좀 터져버렸다.
어차피 나가려고 했으니
내일 엄마에게 오늘 일 사과하고 나간다고 말해야겠다.
그냥 말하면 화나서 나가는 줄 알테니
차분히 사과하고 설명해야지.
뭐 분노 덕분에 일이 빨리 진행되기는 했다.
아무튼 나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무슨 일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냥 맨날 고민만 한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