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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대충, 빨리, 잘   neuf.
조회: 2736 , 2020-12-20 23:58


드디어 심리학 대학원 지원이 마무리되었다.
이번에 총 4군데의 학교에 지원했고,
그 중 한 군데는 온라인 원서 접수 날짜와 서류 제출 날짜를 헷갈려서 원서 제출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세 군데에 원서를 접수했고 두 군데에서 면접을 보았고,
나머지 한 군데는 서류 탈락을 했다.

사실 면접은 12월 초에 다 끝났는데,
바로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까지도 정신 없이 일 하고 있는 중이다.
졸업한 학교에서 잠시 교수님을 도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일정이 촉박하다보니 학교에서 먹고 자며 거의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사실 올 해 정말 열심히 달려왔고,
비록 결과는 안 좋았지만 지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니
푹 쉬고 다음을 준비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휘몰아쳐서 당황스럽긴 하다.

때는 바로 12월 초,,내가 한창 면접을 준비하고 있던 때에 
친구가 잠깐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해왔다.
근데 나는 면접 준비로 바쁘기도 했고,
12월 일정이 아직 확실치 않아서 생각을 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당시 "신속한 결정"을 연습 중이던 나는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하고
덜컥 하겠다고 해버렸다^^
어차피 3주 정도밖에 안 되고, 코로나로 일을 바로 구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페이도 좀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다양한 사람들과 일 하며 잡생각 없이 빠릿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굵직굵직한 현안을 엄청난 추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중인데,
옆에서 그 모습들을 보다 보면 덩달아서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빠르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 중이다.
학교에 온 김에 지도 교수님과 면담을 했는데
자대 대학원에 진학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다.
일단 대학원에 입학해서 석사 신분을 두고 심리학 대학원에 지원을 하면
좀 더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는 것.
근데 내가 생각해도 아무 소속 없이 계속 지원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면서 준비를 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바로 이번 주 금요일이었는데 어제 조금 찾아보고 그냥 진학을 결정해버렸다.
마침 2차 모집이 남아 있어서 12월 말까지 서류를 작성해서 내면 돼서
후딱 작성해서 내보는 것으로!

전에 논문 스터디를 하면서 '반추'에 대한 논문을 읽었는데
거기서 "우리가 반추를 계속 하는 이유는,
당장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불안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을 보고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계속 더 잘 하기 위해서 '열심히'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회피하고 있던 거였다.
생각을 하면 당장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우와 너무나 충격이었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던 게 아니라 회피하고 있던 거였다니.

그래, 생각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그냥 필요한 만큼만 하면 그만이다.
너무 섣불리 결정을 내려서도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생각을 했다면 계속 강박적으로 확인하려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확인과 피드백을 좀 받고
문제가 없다면 그냥 실행하는 게 맞다.
그리고 실제로 해 나가면서 계속 고쳐나가면 된다.

일단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라는 조언을 받았고
같이 일 하고 있는 친구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해서 진행해보기로 했으니
우선 지원서 작성을 시작해 놓고,
다음 주에 상담사 선생님한테 다시 한 번 의논해봐야지.


.
.


얼마 전, 나와 같이 완벽주의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3단계 법칙'을 보내주었다.
바로,


대충, 빨리, 잘! 

그래서 이것을 당분간 나의 모토로 삼기로 했다.
일단 대충 큰 그림이 보이면 빨리 시작하고,
계속 다듬어 가면서 잘 마무리하기!

이 새로운 전략을 탑재함으로써 내 인생이 또 어떻게 변할 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21.01.12

하나 님 참 오랜간만에 댓글 다네요 잘 지냈셨지용?
2021년 잘 되길 바랄께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