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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새로운 아르바이트   neuf.
조회: 1436 , 2021-06-26 12:19

월초부터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다니고 있다.
개강하기 전까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이다.

일은 꿀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의 별명은 알바왕(두 개의 심장)인데ㅋㅋㅋㅋㅋ
하도 알바를 많이하다보니 꿀알바를 찾는 직감도 생겨난 것 같다.
코로나라서 한동안 알바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다행히 합격 발표가 나자마자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무튼 그래서 지금은 준수한 회사에서 영어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루 종일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 할 수 있는 일이고
단순 작업이라 누구 하나 터치하지도 않으니 스트레스도 없다.

고민이라면 졸리다...와
심심하다?ㅋㅋㅋㅋ

일단 엑셀 작업을 계속 하다보니 점심 먹고 난 후에 잠이 쏟아진다.
이런 나인 투 식스 사무보조 일을 한 지 너무 오래 돼서
처음엔 앉아 있는 것도 곤욕이었다.

1년 동안 수험 생활을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게 곤욕이라니 무슨 소리냐고..?
공부할 땐 소리라도 내서 하고 내용이라도 계속 바뀌니 괜찮지만-
이건 그럴 수도 없으니 죽을 맛이다.
오전에는 그나마 좋아하는 CCM을 듣고 
오후에는 팝송이나 디즈니 음악을 들으면서 졸음을 쫓는다. 

그치만 심심한 건 어쩔 수 없다ㅠㅠ
일단 일이 항상 나 혼자 하는 것이다보니 다른 사람들이랑 말 할 기회가 별로 없다.
회식을 한 번 하긴 해서 같은 부서 사람들이랑은 안면을 텄는데
문제는 사무실에 자리가 없어서 다른 부서 쪽에 자리가 배치된 것이다.
그래서 옆자리 뒷자리 모두 다른 부서 사람들이고
말을 해본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그냥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고 일만 한다ㅠㅠㅠ
그나마 처음엔 부서 사람들이랑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직장인들은 다 그런 건지 한끼 밥값이 8~9천원씩하는 데서 드셔서,,,
부담스러워서 나는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 아침에 인사만 하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고 퇴근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내가 뭐 문제가 있나..?
사람들한테 말을 걸어야 하는 건가? 
하는 고민이 들어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근데 그냥 안 그러기로 했다.
내가 어디가서 친화력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고전할 정도면
이 회사의 분위기와 나의 현 상황이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가 없는 조건인 것...

그리고 일단 다들 엄청 개인주의 분위기이다.
출근도 알아서 하고 퇴근도 알아서 한다.
심지어 출퇴근 체크하는 것도 없다. 뭐 카드나 지문을 찍는다든지,,
그냥 와서 일하고 알아서 감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알반데도 그렇다. 무슨 일을 하는 지 보고할 필요도 없다. 체크도 안 함.
물론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작업하니 나의 작업량을 관리자가 체크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날 이렇게 내버려둔다고..?ㅋㅋㅋㅋ
엄청나게 자유로운 회사임엔 틀림 없다.

출근 시간도 9시부터 10시까지 자율이다.
이건 엄청나게 좋은 것 같다.
우선 지각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나는 6시에 퇴근하고 싶어서 보통 9시에 맞춰서 출근하는데
가다가 버스가 늦어지거나 놓치더라도 아직 10시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굳이 막 뛰거나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출근 시간이 여유롭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다음에 나의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다면
자율 출근 제도를 도입해봐야겠다.
아무 때나 출근하는 건 좀 모르겠지만 
1시간 정도의 자유를 두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것 같다.

무튼 3주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일 하는 나는
시간 보내기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
여기서 착실하게 돈 벌어서 개강하고 생활비에 보태야지!
그래도 개강 전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대학원 합격했다니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하나야
꼭! 잘 놀고 푹 쉬어~~"

나는 뭐 준비해놔라 이런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든 사람들이 잘 놀고 잘 쉬라고 한다.
선배들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적당히 필요한 거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잘 놀고 잘 쉬어야겠다ㅋㅋㅋ


내일은 친구랑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고
다음 주엔 친구랑 계곡에 물놀이
그 다음 주에는 친구랑 합격 축하 파티
그리고 7월 말에는 서핑
8월 초에는 제주도 가족 여행과 내 생일
8월 말에는 퇴사하고 지리산 종주를 할 생각이다.

잘 놀고 잘 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