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12:37
미국 플로리다 락클릿지.
미국에서 처음 내이름으로 장만한 집에서 추억의 ZARD 노래 들으면서 쓰는 일기.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멍때리는 시간에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더 그리게 된다.
살다보니 가끔 스스로의 한계에 실망하고, 고집을 꺾고 수긍하면서 생기는 겸손함에
단단하던 나 자신을 깎고 깎아 지금의 내모습이 되었겠지.
가끔 지나온 순간에 대해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삶에 큰 오점이 될만한 후회도 아니였던 것 같다.
요즘 삶의 자잘거리 이슈라면 거금으로 교체한 집 A/C 카드값을 열심히 갚느라
한국에 가야 한다는 조바심을 거두었고, 그나마 출시한지 한달 된 젤다 왕눈을
재미붙여 플레이 하고, 못난 플레이지만 친구들의 눈요기를 위해 닌텐도 스위치 방송을 하려고
25만원이나 하는 캡쳐보드도 샀다. 그리고 늘 염두에 두고 살까말까 고민하던 프린터를
몇일전 동네 이웃이 도네이션을 해서 잉크와 스탠드도 새로 구입하며 작은 살림도 늘어났다.
뜬금없지만 오랜만에 생각나서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를 듣고 있는데
방정맞게 눈이 그렁해지고 코끝이 찡하다.
이 노래는 한국에서 힘들던 시절에 외근을 핑계로
회사 땡땡이 치면서 과거를 그리며 차안에서도 듣던 노래였다.
그때도 그렇게 추억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며 그리워 했는데,
지금도 그렇다는건 앞으로 얼마나 더 그리움이 짙어진다는 말인가.
가슴 뛸 즐거움보다 힘들고 심심한 나날들이 더 많겠지만 이제 안다.
평범하고 안정적으로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 건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가 그렇듯 나에겐 유독 너무 짧고 빠르다.
특별한 재미는 없지만 무탈하게 끝내고 있는 매일에 대해서 감사하고 어떻게 더 즐겁게 살지
그것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