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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그를 보았습니다   2001
따뜻 조회: 2079 , 2002-01-20 00:00
길을 가다 그를 보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그였는데...
여전히 나를 잡아당기는 오밀조밀한 쪼끄만 얼굴로....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비가 옵니다.
친구와 나는 우산이 없어 그 비를 맞으며 길을 가고 있었죠.
그가 지나갑니다.....
이 곳은....참 좁은 곳이네요.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그렇게 보기를 바랐는데........그의 집 동네를 수십번 다니면서도....
그의 머리카락 하나...옷자락 하나 볼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내가 이토록이나 무방비상태로 있는데...하루에 두번씩이나 볼 수가 있는지.....
내 망막은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그저 멍하니...바라만 보았습니다.
그가 우산을 든 팔을 한 여자의 손이 팔짱끼고 가는 걸 보았습니다...

이상하게도...그가 미운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내 친구가 가만히 잡아둔 그 손이...그 마음이...내마음을 아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내가 걸렸던 병은 거의 치유되었나봅니다.
이제 내 망막에 비춰질 사람은...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 믿고 하루를 살아갈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