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암, 너무 겁내지 맙시다"
▲ 이웃집 아저씨 같이 소박하게 웃는 조보연 교수는“명의를 찾아 병원을 옮겨다니는‘의사쇼핑’을 중단하고, 주치의를 믿고 따라야 병이 낫는다”고 말했다. /이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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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의 이름이다. 목 한가운데 볼록하게 튀어나온 물렁뼈(갑상연골) 아래에 마치 나비가 양쪽 날개를 편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한쪽 날개는 폭이 약 2Cm, 길이가 약 5Cm며, 양쪽을 합쳐서 무게는 15~20g 정도다. 목 안쪽에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지만 병에 걸리면 만져지거나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목이 지나치게 길고 마른 여성은 병이 없어도 갑상선이 만져지거나 보이고, 반대로 목이 짧고 굵은 경우엔 병에 걸려도 갑상선이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바쁘고 급할 때 하는 행동에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엿볼 수 있다. 깊이가 없고 가볍다면 급박·초조함을 빙그레 웃어 넘기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스마일 맨’ 조보연 교수가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서 신뢰를 받는 이유다.
그는 외래 진료 때마다 2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한 자리에서 비슷비슷한 대답을 200번 넘게 되풀이 하다보면 짜증이 날만도 하지만 환자 앞에서 좀체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이웃집 아저씨 같이 편안한 얼굴로 먼저 농담을 건네고, 환자가 가장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궁금점을 풀어주려 애를 쓴다. 불필요한 권위의식은 그와 거리가 멀다. 그 때문에 진료대기 환자가 7000여명으로 불어났다.
조보연교수는 누구
조 교수는 “스승이신 이문호 교수님과 고창순 교수님이 갑상선 클리닉의 기초를 워낙 탄탄히 다져놓은데다, 서울대병원이란 이름 값 때문에 환자가 몰리는 것”이라며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참’ 교수인데도 항상 겸손하고 솔선수범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흥분하지 않고 일을 처리해 별명이 ‘조 도사’”라고 말했다.
1948년 출생인 조 교수는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쳤으며 하바드 의대 베스이스라엘 병원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갑상선 질환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문호-고창순 교수가 터를 닦고 발전시킨 갑상선 클리닉을 통해 1주일에 4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그동안 3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특히 환자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치료효과가 다른 이유 등을 독자적으로 밝혀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장과 내분비·대사내과 분과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시아-대양주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재직중이다. 술은 거의 않는 편이며, 담배는 즐겨 피운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주말엔 부인과 함께 산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숯불갈비를 먹을 때 사용하는 화로의 아랫 부분엔 공기구멍이 있다. 공기 구멍을 많이 닫으면 숯이 천천히 타고, 열면 빨리 타는 것과 같이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섭취한 음식이 빨리 타서 없어지면서 몸에 열이 나게 된다. 이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금방 배가 고프고, 살이 빠지게 된다. 음식이 빨리 에너지로 소모되기 때문에 몸에 항상 열이 많아 더위에 민감해 진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이 빨리 뛰고, 신경이 예민해 지고, 성격이 급해지며, 손발이 떨리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갑상선이 커지기 때문에 목이 부은 것처럼 보이고 안구가 돌출되는 등의 외관상 변화도 일어난다. 이를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 한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지나치게 적게 분비되면 불구멍이 많이 닫혀 불길이 약한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음식이 빨리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몸에 열이 없어 추위를 많이 느끼게 된다. 이상하게 피곤하고, 기운도 없고,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손과 얼굴이 붓고, 손발이 저리거나 쥐가 잘나고, 자꾸 졸리고, 피부도 거칠어 진다. 이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치료가 매우 간단하다. 호르몬이 부족한 만큼만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된다. 현재 시판중인 갑상선 호르몬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따라서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가격도 매우 싸서 평생 복용해도 100만~200만원에 불과하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게 다소 번거롭지만 익숙해 지면 아무런 불편없이 살 수 있다.
문제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다. 항진증의 치료는 항(抗)갑상선제를 복용하는 약물요법, 방사성동위원소(요오드)를 복용해 갑상선을 파괴하는 요법,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하는 요법 등 3가지가 있다. 문제는 이 3가지 요법의 장단점이 뚜렷해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약물요법은 짧아도 1년 이상, 보통 2~3년 정도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며, 그렇게 해도 절반 정도는 약을 끊으면 재발하기 때문에 결국은 갑상선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약값도 만만찮아 경제적 부담도 큰 편이다. 그러나 절반정도의 환자는 갑상선을 보존하면서 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방사성 요오드로 갑상선을 파괴해 버리는 방법은 효과가 즉시 나타나며,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 외래에서 캡슐 형태의 방사성 요오드를 한차례 복용하면 끝나므로 간단하고, 치료비도 매우 싸다. 가임여성의 경우, 치료 직후엔 임신하면 안되지만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임신과 출산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러나 치료하고 1년 이내에 약 20%의 환자에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오며, 그 뒤에도 매년 1~2%씩의 환자에게 기능 저하증이 생긴다는 게 문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생기면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을 5g 정도만 남겨놓고 모두 잘라버리는 수술 역시 치료 효과가 즉시 나타나고, 비용도 저렴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수술해도 약 20%는 항진증이 재발하며, 나머지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에서처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온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해야 하는 부담과 수술 기술의 부족으로 인한 과다출혈, 후두신경손상으로 인한 목소리 변성, 칼슘 생성에 관계하는 부갑상선 손상으로 체내 칼슘 농도가 부족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수술 기술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 확률은 1% 미만이므로, 숙련된 외과의사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단점과 불편함 때문에 수술은 첫번째 고려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가지 방법 중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환자의 몫이다. 환자들은 흔히 약물요법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법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갑상선을 파괴해 버리면 간단하지만 몸의 일부를 떼어낸다는 심리적 거부감이 문제다. 그렇다고 약물치료를 하자니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고, 무엇보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 망설여 진다. 이 때문에 “다른 의사에게 물어보겠다”며 병원을 옮겨다니는 ‘의사 쇼핑’ 현상이 빚어진다. 조보연 교수의 외래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도 이같은 ‘병원 쇼핑객’이다. 대부분 다른 곳에서 답을 얻었는데, 그 답이 맞는지 틀린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의(名醫)가 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물론 병의 정도가 아주 가볍고, 또 젊은 여성인 경우는 약물치료를, 나이가 중년 이상이며 증상이 좀 심한 경우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우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의학적 판단보다 환자의 성격과 사고방식, 경제력에 따라 판단이 더 많이 좌우되는 게 이 병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과 관련해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정도가 중간 정도인 중년 여성에게 어떤 치료법을 권하겠느냐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의사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유럽의 의사는 77%가 약물요법, 22%가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1%가 수술을 선택했다. 일본은 88% 약물요법, 11% 동위원소 치료, 1% 수술이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 의사들은 정반대였다. 69%가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30%가 약물요법을, 1%가 수술을 선호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사고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인들은 비싼 돈들여 오랫동안 고생해 봤자 그중 절반은 어차피 치료가 안되며, 결국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냐, 차라리 처음부터 속편하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고 갑상선 호르몬제에 의지해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적 실용주의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 의사들은 이유가 어찌됐든 몸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비록 성공확률이 절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가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때로는 비효율적이어도 그것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라고 믿는 것이다.
만약 지금 방사성 요오드 치료와 약물 치료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의 성격과 사고방식이 미국식과 유럽식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스스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조 교수 개인적으로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의사와 환자가 지금보다는 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관해 알아보자. 우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엄청나게 많은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하시모토병이란 만성 갑상선염 때문에 유발되며, 이는 자가면역이 원인이다. 자가면역이란 세균 등 외부에서 침입한 적을 무찔러야 할 인체 면역 세포들이 엉뚱하게 자기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하시모토병을 앓는 사람이 전 인구의 5~10%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이 중 3분의1 정도는 하시모토병 발병 당시 기능 저하증이 동반돼 있으며, 나머지 3분의2 중 매년 5% 정도씩 저하증으로 발전해 간다. 그러나 병이 너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기능 저하증이 있으면 이상하게 졸리고 피곤하고 으슬으슬 춥고 체중이 조금씩 불어난다. 그러나 이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없이도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며, 따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특히 여성들이 이같이 막연한 증상 때문에 고통받는다면 한번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기능 저하증의 진단은 갑상선 호르몬의 농도를 측정하면 되는데, 이는 혈액검사로 가능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 중에는 미역이나 다시마, 김 등 요오드 성분이 많은 해조류를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이 많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가 된다. 따라서 요오드를 많이 먹으면 호르몬도 많이 만들어져 기능 저하증이 나아질 것으로 믿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요오드가 많이 든 건강식품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요오드 양의 5~10배를 식사를 통해 이미 섭취하고 있으므로 요오드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선 안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능 저하증이 더 심해진다. 따라서 많은 양의 다시마를 갈아서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시는 것은 오히려 해롭고, 특히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는 다시마 제제들은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요오드 섭취를 줄여주면 오히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질환에 특별히 좋거나 특별히 나쁜 음식은 없다. 특별한 음식을 챙겨 먹을 필요가 없으며, 균형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한편 갑상선 기능 항진·저하증 환자들의 경우 임신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이 있는 상태에선 임신이 잘 안되며, 되더라도 유산이나 미숙아·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갑상선 질환자는 임신을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항갑상선제(항진증)나 갑상선호르몬제(저하증)를 3개월 정도 복용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을 회복하면 얼마든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저하증에 사용하는 갑상선 호르몬제는 물론이고 항진증에 쓰는 항갑상선제도 매우 안전한 편이다. 따라서 약물치료 중이라고 임신을 꺼릴 필요가 없으며, 출산 후 수유에도 큰 문제가 없다. 물론 다량의 항갑상선제를 복용할 경우 수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소량이라면 큰 문제없다. 또 많은 사람이 약물치료 중 임신하면 “기형아를 낳는다”며 낙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갑상선제는 태아의 기형 등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출산 2~3개월 뒤엔 예전의 갑상선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 완치됐다고 생각하고 임신했는데 출산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임신한 경우엔 출산 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때는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시모토병 환자의 경우, 임신 전엔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었는데, 출산 뒤 저하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되면 몸이 붓고 피곤하고 힘이 없는 등의 저하증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엔 이를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생기는 ‘산후풍’이라 여겼는데, 산후조리와는 상관이 없는 갑상선 기능의 문제다. 따라서 이때도 갑상선 기능 검사를 거쳐 호르몬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또 출산 후에는 약 5~10% 정도의 산모가 ‘산후 갑상선염’에 걸리는데, 산후 3개월 경에는 일시적으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나타나고, 이후 자연적으로 회복되다가 출산 6개월 경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치료없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약 20~30%)에서는 영구적인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진행한다. 이 때도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산후 갑상선염은 다음 출산 때도 나타날 확률이 크지만 임신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혹에 대해 알아 보자. 사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혹과 암이 가장 많이 생기는 장기다. 믿기 어렵지만 전 인구의 5~8%에게 손으로 만져지는 혹이 있으며, 초음파 검사를 하면 적게는 전 인구의 18%에서 많게는 전 인구의 67%에게 갑상선 혹이 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질환은 여자가 남자보다 4~5배 많으므로 여성의 경우엔 과반수 이상이 초음파 검사상의 혹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혹의 약 5% 정도가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사망한 사람을 부검해 보면 10~30%에게서 갑상선암이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만큼 갑상선 혹도 많고 갑상선 암도 많다.
다행인 점은 갑상선암은 좀 과장해서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1% 정도는 ‘미분화암’으로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암 중 가장 치명적 암 중 하나다. 발견당시 이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일 확률이 많으며, 치료를 해도 3~6개월 정도만에 절반 정도의 환자가 사망한다. 그러나 미분화암을 제외한 99%의 갑상선암은 암 자체가 매우 천천히 자라며, 치료도 매우 쉽다. 일반적으로 암이 처음 발생한 곳에서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쉽지 않은데, 갑상선암은 다른 곳에 전이되도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또 암이 재발했다 하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암이 5년 생존율이 몇 퍼센트인가를 따지는데, 갑상선암은 10년 생존율, 또는 20년 생존율을 따지고 있다.
일단 갑상선암으로 판명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무리 치사율이 낮다 하더라도 암은 암이다.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 암 진단을 받으면 얼굴이 새파래져서 당장 수술해 달라고 의사를 괴롭히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서너달 뒤에 수술 일정을 잡으면 온갖 ‘빽’을 다 동원해 수술 일정을 앞당기려고 덤벼든다. 부질없는 일이다. 의사를 믿고 느긋하게 기다릴 것을 권고하고 싶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와 달리 갑상선 암은 1차적으로 수술을 하는 게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45세 이하이며,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난다. 그러나 나이가 많고, 주위 조직에 전이된 경우엔 수술 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6개월 간격으로 3회 정도 외래에서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복용하면 된다. 이렇게 치료하면 평생 동안 갑상선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10% 미만이다. 즉, 적절하게 치료하면 갑상선암 때문에 사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는 동안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평생동안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갑상선암과 관련해선 너무 정기검진을 철저히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는 매우 간단해서인지 최근엔 동네의원에서도 ‘서비스’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해 주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갑상선암을 찾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앞에서 살펴봤듯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면 많게는 전 인구의 67%에게까지 혹이 발견된다. 차라리 몰랐으면 걱정이라도 안할텐데, 혹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것이 암인지 아닌지 궁금해지고, 만약 암이라고 판명되면 찜찜해서라도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손으론 안만져지고, 초음파로만 발견될 정도라면 그것이 설사 암이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암이 있는데도 암이 있는지 모르고 살다 다른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게는 전 인구의 30%나 된다는 외국의 통계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혹이 1Cm 이하이면 그것이 암이든 단순 혹이든 무시하는 게 원칙이다. 만약 암이라 해도 그것이 더 커져 손으로 만져질 때 수술받아도 늦지 않다. ‘쓸데없이’ 초음파 검사를 해서 괜히 불안해하고, 심지어 목에 칼을 대는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암이 아닌 양성 갑상선 결절은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다면 내버려 둬도 무방하다. 만약 물혹이라면 주사기로 서너번 물을 뽑아내면 크기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혹이 너무 커서 미용상 문제가 될 경우엔 수술을 받으면 간단하게 치료된다.
입력 : 2003.11.29 09:00 07' / 수정 : 2003.11.29 09:0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