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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성생활, 아는 만큼 된다"...최형기   주소록
조회: 926 , 2003-11-30 10:55
[名醫들의 명강의-1] "건강한 성생활, 아는 만큼 된다"...최형기


  
▲ 최형기 영동세브란스·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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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특집
- 名醫들의 명강의




chosun.com은 22일부터 ‘임호준 기자가 쓰는 명의들의 명강의’를 연재합니다. 임호준 기자는 1995년부터 9년째 조선일보 사회부 의료건강팀에서 건강과 의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 현재 조선일보 헬스면 ‘임호준 기자의 명의 이야기’란 코너를 통해 국내 최고의 명의들과 그들이 전하는 건강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재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chosun.com’을 통해 연재하는 ‘명의들의 명강의’는 기본적으로 조선일보에 실린 ‘명의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본지에서 담을 수 없었던 수 많은 의학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압축된 건강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다릅니다. 아울러 신문에 연재할 때 지면의 제약 때문에 전달하지 못했던 에피소드, 꼭 필요한 의학지식 등을 듬뿍담아 전달할 예정입니다.

바야흐로 현대는 의학정보의 홍수 시대입니다. 신문에도 방송에도 인터넷에도 서점에도 의학정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과거 의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의학지식을 일반인들도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듯이 그렇게 수 많은 의학지식이 있으나, 하나로 엮이어 국민건강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의사들이 펴 내는 수 많은 의학서적중 상당수는 일반인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너무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전달하려다보니 정작 독자들의 궁금점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전달하는 각종 의학정보는 부정확할 뿐 아니라 때로는 환자를 오도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임기자는 이번 연재를 통해 국내 최고 명의들을 취재해서 그들이 설명하는 의학지식과 건강 메시지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재구성해 전달할 것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기사의 컨텐츠는 100% 명의로부터 비롯됐으나 그것을 전달하는 주체, 즉 글의 화자(話者)는 의사가 아니라 기자가 됩니다. 그래야만 글이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전문가와 일반인의 중간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9년 가까이 의사와 일반인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온 임 기자가 연재하는 이번 기획 연재에 아무쪼록 큰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임 기자가 제공하는 의학 정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임호준 기자의 건강가이드(imhojun.chosun.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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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처럼 정력에 집착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제 아무리 아닌 척 하는 딸깍발이 선비도 정력에 좋다면 돌아서서 양잿물을 마시는 게 우리네 정서다. 개고기, 녹용, 뱀, 자라에서부터 사슴 피, 웅담, 해구신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바람에 국제 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아무리 세계 모든 남정네의 공통 관심사라지만 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정력을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정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음경의 구조와 발기가 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을까. 의학적으로 어떤 경우에 정력이 떨어지며, 어떻게 해야 정력이 세지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는데 알아야 정력도 세진다. 모르면 수백만원을 들여 정력제를 사 먹어도 ‘그 놈’이 미동도 않는 황당한 경우를 겪게 된다.
  
▲ 남자 생식기 단면도. 사진 상단의 녹색원이 성신경이고 보라색은 정맥이다.

  



먼저 음경의 구조와 발기가 되는 원리 등 ‘기본’부터 공부해 보자. 정력은 한마디로 ‘피’다. 남성의 음경에는 스펀지나 수세미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말랑말랑한 해면체가 3개 있다. 성적인 자극을 받아 중추신경이 ‘발기명령’을 내리면 이 해면체가 부풀어 오르면서, 그곳에 평소의 7배나 되는 피가 쏠리게 된다. 이때 음경 정맥은 확장된 해면체에 눌리므로 해면체로 들어온 피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흔히 정력이라 말하는, 딱딱하게 팽창한 것의 실체가 바로 피인 것이다.

따라서 피가 얼마나 많이 몰렸는가에 따라 발기의 강직도, 즉 딱딱한 정도가 결정된다. 성 행위가 끝나면 해면체를 가득 채웠던 피가 정맥을 통해 빠져 나가는데, 음경 정맥은 매우 가늘어 혈액이 천천히 빠져 나간다. 사정을 하고도 한참동안 딱딱한 발기상태가 유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력은 곧 혈액의 순환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평소의 7배나 되는 피가 순식간에 해면체로 몰려올 수 있을 만큼 혈관이 충분히 건강하고 탄력성이 있어야 돌처럼 딱딱한 발기상태가 유지된다.

최형기 교수는

최형기교수(서울 영동세브란스·비뇨기과) 에게선 점잖은 대학교수가 입에 담기 민망한 단어만 쏟아진다. 섹스, 음경, 발기, 임포텐스, 조루, 오르가즘…. 20여년전부터 입에 밴 단어들이라 본인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지만, 같이 있는 사람으로선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그는 말을 하다보면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편이다.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뱀이고 자라고 마구 잡아 먹지 말고 정말 정력이 세지고 건강한 성 생활을 하고 싶으면 성 공부부터 하라고 강조한다.

1944년 출생인 최 교수는 1970년 연세의대를 졸업했고, 1980~1981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성기능 장애를 연수했다. 발기 부전이나 조루증 등은 병 취급도 못받았고, 입에 담기조차 꺼려했던 사회 분위기에서는 ‘과감한 도전’이었다.

귀국한 최 교수는 ‘섹스학’에만 매달렸고, 1983년 발기부전 환자의 음경에 기구(보형물)를 넣는 수술을 시작했다. 1주일 빨리 중앙대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가 음경보형물 삽입수술을 시작함에 따라 ‘국내 최초’를 빼앗겼지만, 특유의 ‘승부욕’으로 밀어부쳐 이 분야 아시아 최다 수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700여건이 넘는다.

1985년 ‘신촌세브란스병원 성기능장애 클리닉’ 개설, 1995년 국내 최초 남성의학연구소 개소, 1998년 조루증 치료제 ‘SS크림’ 개발 등으로 국내 남성과학 발달에 기여해 왔다. 요즘엔 동료 비뇨기과 의사 들과 함께 인터넷에 ‘성공(性功)과 건강’(www.ss-clinic.com)이란 사이트를 개설하고, 온라인을 통한 성 정보의 제공과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20여년간 성의학에만 매달려온 최 교수가 내리는 ‘정력 처방’은 아주 간단하다. 뛰라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 혈관의 탄력성이 증가하면서 ‘천연 비아그라’인 산화 질소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수영, 골프, 체조, 등산 등도 최 교수가 권하는 ‘정력 운동’들이다.

그 밖에 금연과 절주, 적당한 체중유지, 유머있는 생활, 신중한 약물복용도 최 교수는 권장하고 있다. 그 자신은 주3회 테니스와 조깅으로 ‘정력 관리’를 하고 있다. 테니스 실력은 ‘수준급’으로 수 년 전엔 전국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서 우승하기도 했다. 주량은 맥주 한 두 잔, 때에 따라 두 세 잔이며, 바둑을 즐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바둑은 정력에 좋지 않으므로, 바둑을 즐기는 사람은 특히 달리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권고다.




그렇다면 정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해답은 분명해 진다. 성분 미상의 한약재나 해구신, 웅담, 독사가 더 이상 정력이 아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운동, 그 중에서도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야 말로 최고의 정력제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장이 강하게 펌프질하면서 혈액 순환이 빨라지고 혈관의 탄력성이 증가하게 된다. 또 온 몸에 ‘엔돌핀’이 돌면서 성욕도 꿈틀거리며 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를 하면 ‘천연 비아그라’로 불리는 산화질소(NO·나이트릭 옥사이드)의 분비가 촉진된다.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기닌과 산소의 결합으로 생기는 산화질소는 해면체 주위의 근육을 이완시켜 해면체로 피를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정력을 위해 현재 인공 산화질소의 개발에 매달려 있는데,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달리기만 하면 몸 속에서 산화질소가 저절로 생성돼 가만 있어도 ‘비아그라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다만 마라톤처럼 너무 지나친 달리기는 사람에 따라 오히려 성욕과 성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달리기도 제 체력과 능력에 맞게 하는 게 좋다.

그 밖에 수영, 골프, 체조, 등산 등도 정력 강화에 좋은 운동이다. 특히 발기의 강직도가 세지려면 회음부(음경과 항문사이) 근육을 단련시켜야 하는데, 수영이나 체조 등은 발기가 딱딱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 보자. 만약 음경 혈관이 탄력성을 잃고 딱딱해 진다면 어떻게 될까? 말할 것도 없이 피가 충분히 해면체 안으로 몰려들지 못해 발기의 강직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발기가 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음경 혈관이 말랑말랑하고 신축성있게 유지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음경 혈관의 탄력을 잃게하는 주범(主犯)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4가지다. 특히 당뇨환자의 65%가 10년 이내에 발기부전이 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당뇨는 발기와 직접적 관계가 있다.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40% 정도가 당뇨환자라는 보고도 있다. 당뇨가 있으면 우선 음경의 혈액공급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며, 성 신경과 음경 해면체 조직도 손상돼 발기부전이 초래된다. 피 속의 당 성분이 가는 모세혈관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흡연은 혈관에 직접 상처를 입힌다. 담배 속의 유해물질은 혈관의 안쪽 면, 즉 혈관 내피(內皮) 세포에 상처를 입히게 되며, 높은 혈압도 혈관벽에 손상을 주게 된다. 이같은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혈관이 딱딱해 지고, 이것이 동맥경화로 진행된다.

콜레스테롤은 이같은 동맥경화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녹슨 파이프 내부에 찌꺼기가 끼듯, 상처가 생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달라붙어 혈관이 자꾸 좁아지고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정력이 떨어졌다면 자신의 생활습관을 한번 되짚어보고, 건강을 원점에서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40대 이후 정력이 떨어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정력의 감퇴는 자연적인 노화과정이 아니다. 자기가 자기 몸을 이토록 무관심하고 애정없이 가꿔왔다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매일 밤 술 마시고 과식하며, 줄담배를 피워대며, 게으름 부리며 운동 안한 결과가 바로 정력의 감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력의 감퇴는 장래에 닥칠 심각한 질환의 신호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음경의 혈관은 다른 혈관에 비해 무척 가늘고 예민해서 ‘작은 충격’에도 더 빨리 망가진다. 정력과 발기력이 떨어졌다면 몸 속의 더 크고 더 중요한 혈관, 예를 들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도 병이 들기 시작했다는 경고다. 음경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발기력 감퇴에 그치지만,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그 끝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이다. 발기력 감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남성의학자들이 발기력을 전신건강의 척도라고 부르는 이유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강한 ‘남성’이 되고 싶다면 술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에 대해선 참으로 너그러운 편이다. 그 때문인지 “적당히 술을 마시면 수치심이 사라지고, 성적 상상력이 일어나므로 오히려 성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정설(定說)처럼 떠돌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문제는 ‘적당한 술’의 기준인데, 술이 해롭다는데도 굳이 해롭지 않다고 우기는 사람이라면, 99% 적당히 마시지 않고 폭음하는 사람이다. 맥주나 와인 한두잔이라면 문제 없지만 상습적으로 과음하면 고환의 크기가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해 남성호르몬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 때문에 성기능이 약해질 뿐 아니라 성적 욕구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밖에 술을 많이 마시면 말초신경 염증으로 성 신경이 손상돼 발기력이 감퇴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성욕이 생기지 않아 부부관계를 거의 끊고 산다는 사람이 많은데, 성욕이 생기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상습적인 과음이다. 성욕과 성기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욕이 없어 성 행위를 않으면 성기능이 떨어지고, 성기능이 떨어지면 그것 때문에 성욕이 더 없어진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중 성욕이 예전만 하지 않다면 당장 술부터 줄여야 한다.

성욕과 성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 몸은 교감신경계에서 에피네프린 등 여러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해 스트레스에 대항한다. 이때 말초 혈관과 근육 등이 수축하므로 온 몸이 뻣뻣해지고 오그라지는 느낌이 든다. 남성의 음경 혈관과 근육도 예외가 아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일시적이라면 발기력 감퇴도 일시적이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음경 혈관과 근육도 영구적으로 탄력성을 잃게 돼 진짜 발기부전이 된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없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일. 운동이나 취미, 긍정적 생각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도 성 기능 유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머있는 말이나 호탕한 웃음은 몸을 이완시켜 스트레스 때문에 ‘쪼그라진’ 음경에 다시 피를 돌게 해 당신의 ‘남성’을 일으켜 세운다. 충분한 수면도 스트레스의 해소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편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이나 위장약 등 모든 종류의 약들이 성 기능을 감퇴시킬 수 있다. 지난 1997년 세계 임포텐츠학회지는 성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된 316가지 약품의 목록을 발표한 바 있다. 감기약, 소염진통제, 고혈압 치료제, 위 궤양 치료제, 혈관확장제, 이뇨제, 스테로이드 제제, 항암제, 향정신성 약품, 신경안정제 등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거의 모든 약품이 포함돼 있었다.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25% 정도가 이같은 약물 남용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갑자기 성기능이 떨어진 경우엔 복용하고 있는 약부터 점검해 보는 게 좋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꼭 필요한 경우엔 물론 약을 복용해야 하지만, 약에 의존하는 인생이 되지 않게 미리미리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교정으로 만성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당연히 불필요한 약의 복용도 삼가야 한다.

드물지만 격렬한 성 행위로 음경 해면체가 손상된 경우에도 발기력이 감퇴되거나 발기부전이 생긴다. 격렬하게 성 행위를 하다보면 해면체를 둘러 싸고 있는 흰색 막 주위 미세한 혈관들이 터지고, 이 때 흘러나온 피의 특정 성분이 굳으면서 해면체 막을 딱딱하게 만들어 발기력을 떨어뜨린다. 이를 ‘페니로니씨병’이라 하는데, 초기 증상은 음경에 은은한 통증이 느껴지며, 심하면 음경이 뒤틀리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 그런 걱정을 해 봤겠지만 실제로 격렬한 성행위 때문에 음경이 부러질 수도 있다. 음경에는 뼈가 없으므로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파열되는 것인데, 이를 ‘음경 골절’이라 부른다. 막이 파열된다고 음경 밖으로 피가 나오지는 않지만 음경 안쪽에 피가 차 시커멓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 때는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

원인이 무엇이든 발기부전이 생겼다면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곧바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지금의 남성의학은 70대 80대 ‘남성’도 일으켜 세울 정도로 발달했다. 일차적으로 운동과 금연·절주 등의 생활습관 교정을 시도해야 겠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의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엔 파파베린, 펜톨라민 등의 주사제를 성행위 직전 본인이 음경에 직접 주사해야 했는데, 비아그라 등의 등장으로 훨씬 간편하게 고개숙인 남성을 일으켜 세울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안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음경 해면체 속에 기구(보형물)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보형물은 굴곡형, 팽창형, 자가팽창형 등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팽창형의 경우 펌프와 저장고, 실린더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실린더는 음경 해면체 속에, 펌프는 고환 속에, 저장고는 복부에 각각 수술로 삽입한다. 저장고에 담긴 액체를 펌프로 실린더로 끌어들이면 실린더에 액체가 들어차 발기가 된다. 고환속에 있는 펌프를 통해 발기와 이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지만, 기계적 고장을 일으키면 재수술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수술비는 1000만원 이상이 든다. 60대 70대 ‘할아버지’들이 주로 이런 수술을 받고 ‘활발한’ 성생활을 하고 있다.

한편 사정장애는 또 다른 차원의 성기능 장애다. 일반적으로 너무 빨리 사정하는 조루증, 너무 늦게 사정하는 지루증, 사정 시 통증을 느끼는 등의 사정통 등이 사정장애에 포함되는데, 조루증이 가장 흔한 형태다.

조루증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며, 따라서 몇 분 만에 사정하는 게 조루증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긴 힘들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 관계를 할 때 파트너가 만족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유지하는 경우가 절반 이하일 때 조루증이라 규정한다. 이를 굳이 수치화한다면 음경이 질에 삽입된 뒤 2~5분만에 사정하거나, 음경을 질 내로 삽입한 뒤 왕복운동 15회 이내에 사정하는 등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루증은 정신적인 문제, 귀두부위의 과민성, 신경계통의 문제, 내분비 장애 등이 원인이다. 또 발기부전 전단계에서도 조루증이 나타날 수 있다. 성 행위에 대한 죄의식이나 불안감 같은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조루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는 상담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통상 고도로 훈련받은 의사나 심리치료사가 시행하는데, 부부가 함께 받아야 효과가 크다.

귀두 부분가 너무 예민해 조루가 되는 경우엔 귀두 부분을 살짝 마취하는 국소 마취제를 이용할 수 있다. 흔히 ‘칙칙이’라 부르는 분무제가 국소 마취제며, 한때 유행했던 ‘SS크림’도 국소마취의 원리다. 이 약을 사용하면 사정시간을 10~30분 정도 연장할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 음경의 신경 중 몇가닥을 잘라서 귀두 부분이 덜 예민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 밖에 자율신경계의 문제로 조루가 발생한 경우엔 약물 치료를 한다.

혈기 팔팔한 10대와 20대엔 섹시한 여배우 사진이나 에로틱한 상상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딱딱한 돌처럼 불큰불큰 치솟는다. 그러나 나이 사십이 돼서도 그런 ‘수퍼 파워’를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정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직접적이지 않은 왠만한 성적 자극에는 반응이 무뎌지며, 중요한 순간에 발기가 잘 안돼 성 관계가 ‘미수’에 그치거나, 사정이 잘 안돼 힘만 쓰고 머쓱해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서너번 반복되다보면 “나도 이제 늙었구나”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고개숙인 남성’을 고착화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다 보면 한두번 ‘전투’에서 질 수 있다. 또 젊었을 때의 힘만 떠올리고 무모하게 ‘공격’을 하는 경우에도 실패할 수 있다. 이때 “나는 안돼”하고 패배를 인정해선 안된다.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번에 이길 수 있도록 준비와 작전을 짜야 한다.

과음이 문제였다면 당장 술을 끊어야 하고,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이 문제였다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당장 몸 만들기에 착수해야 한다. 한두번 졌다고 전투의지까지 상실한다면 영원히 패배하게 된다. 다른 분야에서처럼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투지’가 여기서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50대 혹은 60대가 되면 성 생활도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성 생활에서 은퇴란 없다.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생활, 자기 관리를 하면 노후에도 얼마든지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의 성 문제를 너무 희극적으로 묘사하거나 터부시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성욕은 인간의 가장 솔직하고 본질적인 욕구며, 성 기능을 상실한 사람은 다른 병에 걸린 사람 못지 않게 고통받고 있다. 성 기능 상실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남들 앞에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가슴을 태운다 해서 성기능 장애 환자를 ‘소리없는 신음자(silent sufferer)’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은 부끄러워 하지 말고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사실 우리 정서는 50대 60대 점잖은 신사의 비뇨기과 방문을 사시(斜視)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당뇨나 고혈압이나 성기능 상실은 모두 그 뿌리가 같다. 노화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같은 뿌리의 질병들이다. 따라서 당뇨나 고혈압 환자가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백내장 환자가 인공수정체 삽입수술을 받는 것처럼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남성의학은 ‘쾌락의학’이 아니라, 마음과 육체의 은밀한 병을 고쳐내는 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