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위염, 이런 사람이 잘 걸린다 (주간조선)
주간조선 1997년 10월 30일
주간조선 종합병원/위염
이런 사람이 잘 걸린다
-시도때도 없이 먹는다
-뜨거운 국물을 "훌훌"
-커피는 적어도 하루 두 잔
-"스태미너 식품이 최고지"
-과음·줄담배 "어휴 지겨워"
-매운음식·젓갈·신 게 좋다
-"난 때깔 좋은 음식이 좋아"
-아스피린·소염제는 내 친구
-"이가 아파 못살겠어요"
-나보다 피곤한 사람 나와보라 그래"
이근미 자유기고가
위염은 조금만 조심하면 피할 수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한국인들의 식습관, 생활습관은 위염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 얘기다. 어떤 사람이 위염에 잘 걸릴까.
먼저 시도때도 없이 마구 먹어 위를 피곤하게 하거나 아무 것도 먹지 않아 위에서 꼬르륵 소리가 자주나게 하는 사람이 위염에 잘 걸린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봤다하면 자제하지 못하고 폭식하는 사람에게도 위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고추가루가 듬뿍 든 매운 음식을 좋아하거나, 젓갈을 좋아하는 사람, 숯불구이나 훈제음식을 좋아하는 사람,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일 정도의 신맛을 좋아하거나 후추가루를 듬뿍 쳐서 먹는 사람들은 자신이 위염에 걸리지 않았나 한번쯤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녹차도 많이 마시면 해로워>
또 뜨거운 국물을 훌훌 들이마시는 사람은 위는 물론 식도도 망가뜨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너무 찬 음식도 좋지 않다. 특히 밤늦게 먹고 곧바로 잠자리에 드는 습관도 위염을 부른다. 위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잠들기 몇시간 전에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때깔이 좋은 음식을 선호하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낫다. 그런 음식들은 색소가 들어 있을 위험이 높고 색소는 위염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사람도 위염을 조심해야 한다. 카페인이 위에 좋지 않으니 정 마시고 싶다면 하루에 한 두잔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 요즘 녹차가 건강에 좋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녹차를 비롯한 모든 차종류에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콜라를 비롯한 자극성이 강한 탄산음료를 즐기는 사람도 위염에 걸리기 쉽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위염에게 초청장을 띄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도한 음주건 한잔 술이건 술은 무조건 위를 괴롭힌다. 위를 생각한다면 술은 무조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담배는 무조건 나쁘니 금연운동에 발맞추어 끊는게 상책이다. 무엇보다도 치료를 지연시키기 때문에 행여 치료 중일 때는 절대로 피우지 않는 게 현명한 처사이다.
스테미너 증진을 위해 건강식품이나 강장식품을 너무 신봉하는 사람들도 위염에 걸릴 수 있다. 카페인이 많이 든 채소를 녹즙으로 만들었다면 한꺼번에 카페인을 많이 먹는 셈이 된다. 또 강장식품일수록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위에 부담을 주기 십상이다.
<에이즈·간염 등 만성 질환자도 가능성 높아>
특별한 음식에 과민한 사람도 위에 탈이 날 수 있다. 또 치과질환을 앓고 있으면 위염에 걸리기 쉽다. 이가 튼튼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씹지 않고 넘기면 위가 그만큼 운동을 많이 해야 하므로 잘 씹어서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위벽의 두께가 얇아지고 위액 분비가 잘 되지 않으므로 그만큼 위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자가 진단을 하여 함부로 약을 사먹는 사람도 위염에 걸리기 쉽다. 특히 감기와 관절염 치료제인 아스피린,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등을 함부로 복용할 경우 위염에 걸리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어야 한다.
자가면역질환, 즉 에이즈를 비롯한 만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위염환자일 확률이 높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 부식성 화학물질을 마신 사람도 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몸안에 위염과 위궤양 원인균인 헬리코박타균을 가지고 있다면 위염에 걸리는 건 아주 당연한 코스이다.
과로도 위염을 불러들인다.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기보다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일하는 것이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는 위를 돕는 길이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거나 머리를 다친 사람, 화상을 입은 사람도 위염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화상을 입으면 위가 스트레스를 받아 출혈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직장 상사와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등 과도한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는 사람에게도 위염은 소리없이 찾아온다. 그럴 때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위도 편안해 진다.
위에 이상이 없는데도 소화가 안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기능적 위장장애로 흔히 신경성 위염이라고 부른다. 성격이 지나치게 섬세하다든지 큰 일을 앞두고 긴장을 하면 위가 기능적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이 좋다.
위염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병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먼저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과음 과식, 음주와 흡연,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약물을 남용하지 않는다면 위염을 예방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여 저항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위염은 자신의 몸을 과신하여 마구 먹고 마시고 피우면서도 걱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틈입하는 병이다. 위염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주변을 맴돌면서 우리가 방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감수·함준수 한양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박스 1
위는 인체의 보급병
끝까지 '임무수행'…식사 후 공복까지 5-6시간
위는 식도로부터 받아들인 음식물을 근육층의 근육운동으로 분쇄하고, 위 내부의 점막세포에서 분비되는 위액으로 용해해서 소장으로 내려보내는 곳이다. 위에서는 물과 알코올, 포도당이 약간 흡수될 뿐 모든 영양분은 소장에서 우리 몸으로 흡수된다. 공복시 위의 용적은 50㎖에 불과하지만 음식물을 받아들일 때는 1.8ℓ까지 커진다.
음식물이 위에 머무는 시간은 탄수화물이 2-3시간, 단백질이 4-5시간 지방이 7-8시간으로 위가 공복으로 되돌아 오는 시간은 보통 5-6시간 정도이다.
위는 신경계와 호르몬의 조절로 유지되는데 운동력이 떨어지거나 위액의 분비가 잘 되지 않더라도 우리 몸에 영양분이 잘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시간이 걸리면 걸릴수록 위가 힘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몸은 무력해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