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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길에 서서 머뭇거리는 날   2004
바람 디따시 부네 조회: 2400 , 2004-02-08 04:32
여러가지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그동안 말도 아닌 일기를 휘갈기곤 내놓지도 못한채 며칠이 지났네

내 나이가 스물 넷이지 아직도 스무살같기만 한데

내 어깨는 왜 이렇게 무겁징

사랑하는 부모님은 내 발을 잡아당기는 천근만근의 무게로 느껴지고.

새우깡과의 사이는 진척도 안되고 나를 대하는 태도 또한 헤어지기 전과 다름이 없으니.

시험도 며칠 안남았는데 자꾸만 방황하게 되는 나를 보는 나.

답답하다 멍청하고.

직장은-자격증 시험을 침과 동시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방황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참 아무 것도 아닌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내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부모님을 위해

또, 나를 위해 앞만 보고 걸어야하지만....

이 막내 기질..누군가 내 힘듦을 함께 해 주길 바라고 내가 바라면 이루어질거라 생각하고..

의도적인게 아니라 무의식적인거지

그동안 나를 알고 지냈던 집도 가까운 친구에게, 빈말일지라도 어떠한 조언을 듣고자 했더니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부모님 때문에 고민을 하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을망정 듣기 싫어하고.

그런 친구도 친구라고..

내가 차라리 맏이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짐이 짐이 아닐 것인데..부모님이 짐으로 여겨지는 것이 싫다.

오빠가 없었던 2년여 동안 내가 열심히 일을 도와서 부모님은 나의 역할이 크게 느껴지시겠지

이제 오빠도 제대했으니 난 오빠를 믿고 마음 편히 공부도 하고 돈도 많이 주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직장을 잡고 행복하게 살게 될 줄 알았다.

근데 사람 일이 어데 마음 먹은데로 되드노...

어제 내가 친구들과 술집에 있다 집에오니 아빠는 다행히 다친데는 없었지만 차사고가 나셨고

엄마는 몸도 안좋은데다 눈에 작은 핏줄이 터져서 보기에도 불편하고 아파보이는데

병원에 갈 시간도 없었는지 눈이 빨개서 제대로 잠도 못 주무시고 계셨다.

부모님이 늘 말씀하신 데로..두 분 편하자고 힘든 장사하며 오늘에 이른 건 아니지

내가 나 하나만 편하자고 내 살길 찾아서 다른 곳에 가는 것도 참 마음 편한 생각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대로 대구에 있으면 난 여전히 지금과 같이 우유부단하고 덜 어른스럽게 살 거 같다.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갖고 싶은데..

뭐 맨날 이렇게 떠들면 뭐하노

여전히 내릴 수 없는 결론에 머리만 아프지.

이렇게 힘들 때 곁에 있어줬으면 싶은 사람 생각에 또다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나를 생각하지 않는 그 사람을 생각하는 나.

아직 삶의 힘겨움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가짢은 것들에 고민하고

이게 또 쌓여서 술을 마시게 될 걸..

어떻게 결정을 하든 내 친구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손으로 결정하는데

어떤 결정이 나든 빤~하구만.. 받아들일 자신이 없고 힘겨움을 버텨낼 용기가 없어

감정 소모만 하고 있지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