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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나의 적은 나 자신이었다   2004
맑음 조회: 2274 , 2004-02-26 03:33
강릉에 갔다왔다.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래도 안되면 뭐 어떻게든 풀리겠지라는 소신없는 생각이 실실 떠오른다.
안될 일이지..

나는 정말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오늘 대구에 왔는데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여전히 아픈 엄마
집에 널려있는 빨래거리 옷더미들
은근히 배어있는 파스냄새
그래서 방에 앉아 빨래를 개키며 혼자 울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님이고 가족이고 가정인데
나는 내 가족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가족이 이렇게 힘든데 나 하나만 잘 되자고 집을 떠난다는게 너무 죄스럽고 불안하여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 없어도 잘 될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구오자마자 너무도 빨리 눈물이 난게 아닐까..
이래서야..

돌이킬 수 있다면 돌이키고 싶은데 이제 정말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니까..강릉 푸른 하늘보며 열심히 하자구..
엄마 아빠 보고 싶으면 전화한통 하고 열심히 책을 보자구..
대구 큼큼한 공기가 그리우면 밖에 나가 시원한 공기 한 웅큼 들이키고
사람이 그리우면 교구 제작이나 하자

자꾸만 흔들리는 나를 붙잡자
결국 나를 흔드는 건 가족이 아니라 가족에 매여있는 나니까..
그동안 매여있었으니 언젠가 떠나야지..
다시 돌아올 거잖아 울지 말자

Sentimentalism   04.02.27 울지마세요...

울지말자 다짐하고선 우는 것...생각하지말자 다짐하고선 또 생각하는 것...후회하지말자 다짐하고선 또 후회하는 것...다 같은 맥락의 말이겠지만...어쩔 수 있나요...차라리 고통보단 순간의 쾌락을 즐기는 게 어떠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