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직업소개소 - 전문용어로는 인력시장이라는 곳에를 가봤다. 처음 방문했다는 그 쭈뼛쭈뼛함을 감추고 일부러 어른 스럽게 보일려고 목소리도 깔고 모자도 푹 눌러쓰고 들어갔다.
모두들 다 내 아버지 뻘 되시는 분들이 대략 15명 정도 앉아 계셨다.
도대체가 저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일을 얻어내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고, 내 불길한 의심은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덧 새벽 6시 30분...7시.........7시30분..........8시...
내가 총 본 사람들중에 일을 얻어서 그날 나간사람은 대략 7명정도...나머지는 7시정도가 지나자 모두들 하나 둘 씩 짝을 지어 자리를 박차고 자신들의 짐-안에는 아마도 연장과 작업복이 들어있으리라-을 가지고 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혼자 그런곳에 가보았는데...얼마나 쑥쓰럽던지...
그리곤 생각했다. 만일 일이 있더라도 나보다는 여기있는 아저씨들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난 그저 용돈을 벌려고 왔을 뿐이니...설사 내가 집안의 가장이고 집안이 어렵다고 한들 처자식이 있는 저 아저씨들만 하랴.
7시 30분이 넘어서 일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가방을 메고 나가는 한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아저씨는 오늘 하루를 어디서 있다가 집에들어가 아이들의 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아버지도 저분들 처럼 하루하루를 벌어 먹으시던 분이었다. 못배우고 못 살아서 가진 여러가지 재주들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셨던 분...세상 마지막 그날까지 평생 자기이름으로 된 집한채 못살아보시고 먹고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다 못해보셨던 아버지...
난 어릴적 아버지가 사오시던 호떡하나 붕어빵 하나에 세상을 다 얻은거마냥 기뻐했었다. 그런 나를 엷은미소로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얼굴...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셨던 걸까...
확실한 것은 난 아마도 아버지의 큰 짐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도 없이 혼자서 나와 누나를 키우셨던 아버지...
돌아오는 길에 그런 아버지의 생각에 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 해가 뜨는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 뒷산의 바위 같이 크고 넉넉한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