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여자들과 지낸지도 언 3개월이 넘어간다. 이렇게 여자들로만 둘러쌓인 곳에서 생활하는게 물론 처음이다. 이 나이 먹도록 아직 제대로 된 연애한번 못해본 나는(정말 못해봤냐?ㅡㅡ;) 여자에 대한 환상이 동년배들에 비해서 많이 남아있는 편이었다. 적어도 이곳을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난 매일 아침마다 화장실 청소를 하며 공포스럽게 잠을 깨곤한다. 처음 나에게 있어 여자화장실 청소는 은근히 기분좋은 작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 설렘은 곧 공포로 바뀌고 말았다. 화장실의 휴지통을 뒤엎는 순간 엄청난 유혈사태(?)의 흔적들을 보고만 나는 너무나 놀라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난 여자들이 그렇게 피를 많이 흘리는지 정말 몰랐다. 여러사람께 모여서 그렇게 많은걸까? 아무리 그렇다쳐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이러다 죽지는 않을까? 정말 진심으로 걱정되기까지 했다.
이젠 저녁에 들어오면서 날보며 인사 해주는 예쁜 누나 동생들도 많이 생겼다. 참...이쁘다... (*^_^*)
가끔 술을 먹고 인사불성이 되서 "오팡~ 오팡~"하며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아프기도 하고 아련한 마음에 챙겨주기도 한다.
그런데 아침엔 온통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찬다. 정말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왔냐고 여기 왜 들어와있냐고 물어보면 씨익 웃으면서 장난하지 말라는 식으로 눈썹없는 눈으로 날 째려본다. 그 표정이 난 무섭다. 완전 살인미소다....
난 밥을먹고 즉시 설거지를 해서 놓는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하는 배려이며, 일종의 규칙이다. 내가 어지럽힌것은 내가 치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어지럽힌것도 남이 치워주길 바란다. 아직까지 테이블하나 닦는 사람을 못봤다. 가스렌지 사용하다가 뭐 좀 흘리면 가을바람에 낙엽굴러가듯이 대수롭지 않게 바라본다. 자기옷에 조그만 먼지하나까지도 신경쓰며 문밖을 나가는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우연히 방을 한번 들여다 보면 이곳은 5~6세의 아이가 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술자리에서 내가 만난 여자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매너좋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본 사람들은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다.
무엇이 진실인가? 그것이 알고싶다...
저녁마다 빈혈을 일으킬정도로 피를 쏟아내며 두 얼굴의 미소로 나에게 다가와 자기가 어지럽힌것을 치우라고 하는 그녀들...무섭다...ㅜ.ㅜ
난 어린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걸까? 장가도 가야하는데...걱정이다.
지금도 모르는 여자가 날 보며 웃고 간다. 쟨 또 누구지?
오늘밤도 모르는 여자들이 아는여자들로 변신하며 나타나는 곳...여기는 고시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