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교회를 안 나가기로했다.
신앙생활을 한지 오래된건 아니지만 그래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들이었다. 어렸을적부터 할머니 손을 붙잡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학교라는 곳엘 가면서 내 관심은 집밖으로 바뀌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미션스쿨을 나오면서 다시 난 강압적인 신앙생활을 해야만했다. 졸업을 하고 군대를 가면서 다시 외로워져 교회를 다녔고...그리고...오늘부터...난 교회를 다시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처음 교회를 다녀야겠다고 맘 먹은것 부터가 삐딱했다. 하나님과 교회의 본질적 의미는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사람만 보고 갔으니...
내가 교회를 왜 다닌다고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민숙이 누나 때문인 것 같다. 군 복무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을 치르던 날...썰렁한 상가집에 민숙이누나가 찾아왔다. 힘든 내게 먼저 다가와 말 걸어주고 먼저 손 내밀었던 민숙이누나의 미소를 난 아직도 고맙게 기억한다. 상을 치르고 고맙다는 말이라도 할겸해서 교회를 처음 찾은 나에게 민숙이 누나는 역시 내 손을 잡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난 누나를 통해 민숙이 누나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야! 민숙이가 너 왜 교회 안나오녜..."
"야! 민숙이가 이번 휴가때는 너 꼭 데리고 나오라고 그러던데?"
"민숙이 누나가 너 기다려~ 한번 가자..응?"
내가 휴가를 나오는 틈틈히 누나는 나에게 이런 말들을 해댔고 난 귀찮아하면서도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가져주고 기다려준다는 것에 감사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누나의 말을 계속 무시한척하며 민숙이 누나를 생각했고 그 사람은 도대체 뭐가 좋아서 생전 처음 본 날 이렇게까지 기다리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웃음뒤에 투영되있던 교회의 진리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다. 혹시 나도 교회를 다니면 저사람들 처럼 밝게 웃으며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난 제대 후 스스로 교회를 찾았다. 그건 누구의 강요도 아니었고, 설득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떤이들은 나를 혼자왔다는 말에 조금은 신기하게 쳐다도 봤고, 어떤이들은 활짝웃으며 친하게 대해주기도 했으며, 어떤이들은 나의 존재를 기억하고 단번에 우리누나 동생인걸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민숙이누나는 역시 기대한 만큼의 활짝 핀 미소로 날 받아주었고 자기팀으로 인터셉트까지 해갔다. 그 후로 난 교회를 다니면서 나름대로 답을 찾기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신앙생활이란거 알면알수록 아무나 하는게 아닌것 같다.
난 담배는 못피지만 술은 마신다. 난 일요일마다 교회를 나가는 것 보다 친구들과 축구하는게 더 좋다.
난 여자친구는 없지만 이미 경험은 해봤다. 난 하나님은 좋아하지만 목사님은 싫어한다.
아무리 공부한다는 핑계로 내가 사람사귀는걸 안하려고 했다하지만 사람들이 날 그냥 누군가의 동생으로만 바라보는게 싫다. 아버지없는 아들이란거 사람들이 다 알고만 있는것 같아서 싫다. 가난하다고 동정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눈빛이 싫다. 사람들이 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게 싫다... 그래..이건 내 자격지심이다. 나도 안다.. 그래서 더 싫다.
교회에 다니면서 난 연극을 한것 같다. 사람들에게 목사님에게 하나님에게 나도 교인입니다라고 그렇게 흉내내기만 열중하다가 갑자기 뒤돌아보니 그 세월이 참으로 덧없이 느껴졌다. 나는 무엇을 했던걸까? 뭘 원한거지? 내가 교회에 왜 나가는 걸까? 이유부터가 이유가 안된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아무렇게나 그냥 교회에 나가면 모든게 다 잘될꺼라는 느낌만으로 시작한게 잘못된것 같다. 내가 죽기전까지 다시 교회에 나갈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다니는 교회는 못 갈것 같다.
왜냐하면 난 그냥 따라쟁이에 불과했으니까...
민숙이 누나..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