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3174 , 2005-02-04 04:16 |
오늘 막내녀석이 생일 선물이라며 연극을 한 편 보여줬다.
[죽도록 달린다]라는 연극이었다.
동생놈이 연극할때 잘 알던 선배가 하는 연극이라 초대권 얻어다 줬다.
연극은 삼총사를 기본으로 각색해서 현대를 잘 풍자한 새로운 느낌의 활동극이었다.
열연하는 배우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대단했고 각색과 연출도 뛰어났으며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왕비는 왕의 사랑을 얻지 못해 외로웠으며 후사가 없음으로 인해 권력경쟁에서 밀릴까 두려워했다.
그녀의 시녀가 달타냥과 눈맞아 닭살모드로 무르익을쯔음 왕비의 심술로 달타냥을 꼬셔서 동침하고 후사를 만든다.
이로서 시녀와 왕비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그러나 의심많은 왕이 이를 눈치채고 달타냥을 죽이고 위기를 느낀 왕비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왕을 암살한다.
아이가 사춘기로 자랐을때쯤 시녀는 달타냥을 빼앗고 자신을 배신한 왕비에게 참혹한 고백으로 복수한다.
왕비의 아들과 정을 통하고 있다고 고백한뒤 왕비를 죽여버린다.
이 피맺힌 복수와 복수의 끈 그리고 숨가쁜 음모의 열전들이 모두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바로 왕이 왕비를 사랑하지 않음이었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것이 큰 죄로구나..
마땅히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구나...
어제는 친구한테 빌린 트로이를 봤다.
그거 보면서 왜 저 젊고 용맹스럽고 멋진 남자들이 전쟁터에서 허무하게 죽어가나...싶은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사랑하는 가족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저 가족들을 지키기위해 위험을 불사하고 고통을 당하고 목숨을 버리고 전우들을 보낸다..
이것은 비단 옛날 이야기속 뿐만이 아니라 요즘도 전장터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가족들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직접 가족들을 적으로 부터 지키기위해 전장터로 나아간다.
총알은 용맹스럽다고 비켜가지 않으며 죽기에 아까운 사람이라고 살려두지 않는다.
무작위로 쏟아지는 화살과 총탄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헥토르가 결투에서 자신이 죽을것을 대비해서 가족들에게 피할 길을 일러두는 모양에서 사랑을 느꼈다.
패리스가 헬레네를 지키기 위해 결투에 나간것 아킬레스가 난리통에서 여사제를 찾고 그녀곁에서 화살을 맞고 죽어가는것...
모두 사랑이 느껴졌다.
그 잘나고 아까운 남자들이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결국 남자들은 여자를 지켜내기 위해 존나게 일하고 좆빠지게 죽는다.
그럼 여자들은 왜 지키는걸까.
여자들은 그들의 후손을 낳아주고 지켜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럼 모든 이 세대의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후손을 위한 사람이란 말인가?
그 후손도 후손을 위해 살고 그 후손도 후손을 위해 사는건가?
그럼 나는 뭐지?
난 자녀욕이 전혀 없는데...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여자도 아이가 갖고 싶어서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다행히(?) 아이를 낳는 것도 결혼도 다 싫어한다.
저렇게 목숨을 내놓고 지키고자하는 그 가치있는 것을 난 전혀 못느끼는 본능으로 살고 있다.
그럼 내가 늘 말하는 영적인 아이를 낳는 사람...
이것에 대해선 어떤가..
난 늘 영적인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고 아뢰고 기도해왔다.
장성한 아이로 낳아 키워 하늘의 용사로 만드는것...
육적으로 아이를 안낳는 대신 영적으로 하나님께 많은 사람을 전도해서 드리고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순간 모든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졌다.
난 나하나도 제대로 잘 살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나 하나 잘살고 잘되는거 그거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어?
나라고 하나님의 자녀아닌가?
내가 나 자신을 잘 낳아 잘 키워서 잘 드리는 것 그것 하나라도 잘하고 있나...
일단은 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나를 더 사랑하자.
죄가 뭐 거짓말하고 남의 물건 훔치고 사기치는 것이 죄인가.
궁극적으로 마땅히 사랑해야 할 대상을 사랑하지 않는것...
그것이 죄인것이다.
2005-01-28
yobe1
05.12.07
디케이님 정말 글 잘쓰세요 ^__^ 공감팍팍 이해 팍팍 참신함 듬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