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나야(娜夜)
 향수-파트리크 쥐스킨트   독서후기
대충 이정도로 해두자... 조회: 3549 , 2005-08-22 00:11
말복이 지나고 늦더위가 기성을 부리는 2005년의 여름...
솔로몬 신용정보회사를 다니던 시절 사내 1등이라는 이유로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진작에 산 책이다.

향수....군시절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그러나 기회가 닿지 않아 못봤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좀머씨 이야기로 유명한 이 작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것은 제로(0)다...^^

총4부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왜 4부로 나뉘어졌는진 모르겠다만...) 18세기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이하 그르누이)]
주인공의 출생은 더럽고 추하기 이를때없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생선좌판에서 생선을 파는 가난한 상인 이었고 그르누이가 5번째 출산이라고 했다. 그 전의 아기들과 마찬가지로 그르누이도 무더운 여름 생선내장 썩는 시장의 악취 속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생선피가 묻은 더러운칼로 탯줄을 긋고 생선대가리들과 함께 피덩어리 채로 함께 묻혀 버려졌고, 그 안에서 기적처럼 살아났다. 어머니는 영아살인죄로 재판에 회부되어 그 일로 바로 참수를 당했다. 그렇게 그르누이는 보모들의 손에 여기저기 맡겨지며 자라났고 그의 삶은 그렇게 힘겹게 또 지겹게 시작되었다.
그르누이는 태어나면서 부터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르누이는 냄새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나야할 몸냄새가 그는 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보모는 그 아이를 두려워했다. 냄새가 없어 오히려 다른 사람의 냄새를-마치 흡혈귀가 피를 빨아들이듯이-강렬하게 맡고있었다. 그러다가 [가이아르]라는 보모에게 맡겨진 그르누이는 커갈수록 냄새로 사물을 인지해갔다. 보통의 사람들이 겪는 언어의 진화과정을 그르누이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모든것에 대해 냄새로 인식하고 냄새로 인지했다. 주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 악마-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를 점점 두려워했다.
그르누이가 자라면서 그 자신도 자신의 능력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하나씩 익혀갔다. 그러던중 어린 그르누이는 [그리말]이라는 이름의 "무두장이(짐승의 날가죽에서 털과 기름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팔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일을하면서, 죽을고비도 넘겨가며, 점점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르누이는 좀더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시내로 나가고 싶어했고, 그리말도 그에게 조금씩 자유시간을 늘려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될만한 냄새를 맡게되고 그 냄새를 추적하여 어느 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냄새의 근원은 다름아닌 붉은머리의 한 소녀의 체취였다. 그르누이는 결국 그 냄새를 맡기위해 그 소녀를 충동적으로 살인 해버리고 그 소녀의 옆에서 모든 냄새를 빨아들인 후 나와버린다. 이 사건으로 그르누이는 자신이 이를 악물고 그토록 끈질기게 생에 집착해 온 이유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은 향기의 창조자가 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무두장이 일을 하던 그르누이는 우연한 기회에 향수제조인인 [지세프 발디니]를 만나게 되고 그를 만나 그르누이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인정받아 그의 도제로 일하게된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향수제조기술을 익히게 되고 자신의 꿈에 한발짝 나아가게된다. 그르누이의 대 활약으로 발디니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고, 그르누이는 자신의 향수제조 기술을 더욱더 발전시키기 위해 도제증명서-일종의 주민등록증같음-를 발디니에게서 받고 파리를 떠난다.

사람들에게 들켜봤자 좋을게 없다고 생각한 그는 항상 밤에 움직였다. 그르누이 자신은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밤에 움직이는 그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의 냄새를 미리 맡고 멀리 돌아서 움직인 그는 마침내 산 꼭대기에서 완벽한 냄새의 자유공간을 찾았다. 그는 산속 동굴에 들어가 자신이 여지껏 살아오면서 맡아왔던 수많은 냄새들로 인하여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고 자신의 상상속에서 냄새를 혼합하여 새로운 향기를 만들며 자신만의 이상향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렇게 꼬박 7년을...

그러던 어느날 그는 자신의 냄새가 없음을 깨닫고 공포에 몸을 떤다. 정말 자신의 체취가 없는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냄새이기 때문에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인가...이것에대한 답변을 얻기 위해 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자신의 냄새를 다시한번 맡아보지만 결과는 똑같았고, 그르누이는 7년만에 그 산을 내려오게 된다.

7년간의 은둔생활로 그의 모습은 아주 끔찍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고 오인하기도 했고, 짐승이니 죄수이니 하는 이야기들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라 타이아드 에스피냐스]후작이었다. 그는 <치명적 유동체>라는 이론을 주장하는 학자였다. 치명적 유동체란 땅에서는 생명 에너지를 마비시키고 소멸시키는 독가스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체들은 성장하면서 땅으로 부터 멀어지려고 하고 고로 가치있는 부분들 예를들어 사람의 머리라든가 꽃봉오리, 곡식의 이삭들은 땅에서부터 가장 먼곳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에스피냐스 후작은 자신의 이 이론을 성립시키기 위해 동굴에서 살아온 그르누이를 데리고와 자신의 방법대로 치료를 시키고, 자신의 이론이 옳음을 여러 학자들에게 증명하여 명예를 얻게 된다. 그르누이는 후작의 도움으로 기운을 차리게 되고 점차 사람의 모습으로 다시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르누이는 후작몰래 자신의 몸에 입힐 인간의 냄새를 제조하기에 이른다. 그 향수로 그는 자신의 능력을 한번더 입증하게 되고, 스스로 만족하며 후작에게 돈을 받고 완벽한 인간의 모습으로-체취가 없던 그에게 체취가 생겼으니-그를 떠나기에 이른다.

그는 발디니가 이야기했던 향수의 최고 제조인들이 모여있는 그라스 지방으로 발을 옮겼다. 저번 여행과는 달리그는 인간의 냄새와 돈 그리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그곳으로 갈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어린시절 그가 죽였던 붉은 머리소녀의 향기와 흡사한 향기를 맡게되고...그 완벽한 향기를 쫓은 그는 그 향기의 주인공이 아직 자라지도 않은 어린여자아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 전과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근처에 향수제조인의 도제로서 [도미니크 드뤼오]밑에서 일자리를 잡고 그 향기가 좀 더 성숙되지기를 기다린다.

그르누이는 그 후 여러 소녀들을 죽이며 그녀들의 냄새를 에센스로 만드는 작업을 하게된다. 사람들은 도저히 그 살인자를 잡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르누이는 여러가지 향수로 자신을 친근한 인간의 냄새로 치장할수도 있었고, 도리어 투명인간처럼 아무냄새도 내지 않고 움직일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소녀들의 끔찍한 죽음-항상 벌거벗긴채로 머리칼이 밀려 남아있질않고 옷도함께 사라졌다-이 계속적으로 일어나자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고, 그 중 [앙투안느 리쉬]라는 그라스 시의 부집정관이라는 직책을 맡고있는 사람은 자신의 아름다운 딸 [로르]-이 소녀가 그르누이가 처음 그라스를 왔을때 맡았던 아리따운 향기를 가졌던 그 여자아이였다-를 잃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으로 그 살인자를 따돌리려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르누이의 계획을 그는 알아채지 못했으므로 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라스 시를 떠나 몸을 숨기려 했던 마지막 최종 희생자인 로르도 그르누이에게 죽임을 당해 그르누이는 완벽한 소녀들의 향기를 모아 사랑의 향기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그는 로르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혀 경찰에게 붙잡히게 되고, 그는 자신의 범죄를 부정하지 않고 단지 소녀가 필요했다라고만 하며 결국 재판에서 사지와 관절들이 다 떨어져 나갈때까지 쇠몽둥이로 12대를 내리친 후 죽을때까지 십자가에 매달아 놓는 무시무시한 전통적 형벌을 선고받는다. 사람들은 흥분하고 그르누이를 당장이라도 내놓으면 찢어죽일것같은 모습들을 하고 선고가 끝나자 마치 그 처형일을 한 축제처럼 즐기기 시작한다.
드디어 사형집행일....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장에 십자가가 세워지고 쇠몽둥이를 들고 나와있는 처형인도 한껏 힘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소녀들의 부모형제들은 그 광경을 보기 위해 분노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그자리에서 그르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마지막 희생자인 로르의 아버지 리쉬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르누이가 모습을 나타나자 사람들은 한 순간에 사랑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 광장에서 기적이라고 불릴정도의 놀라운 일이 일어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그르누이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그들은 그 사랑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서로를 애무하고 사랑하며 그곳에서 하나가 되었다. -조금 야했다..-그곳에서 오직 그르누이만이 제정신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오로지 그를 추대하며 사형집행을 취소했다. 하지만 그르누이는 오로지 단한번만이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신의 이 증오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람들이 알아주길원했고 인정받고 싶었다. 자기본연의 모습에대해 타인의 반응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그는 완벽한 향기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 향기를 없앤다면 그는 완전 무취의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알아채지도 못할것이다. 이 생각에 그는 다시한번 예전동굴에서 느꼈던 감정에 휩싸였고 자신의 냄새가 없음에 죽을만큼의 공포를 느꼈다.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찾은 그는 리쉬의 품안에 있었고 아직 향기의 여운으로 리쉬는 그를 아들이라 일컬으며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아직 향기의 기운이 남아있던 그 순간에 몰래 마을을 빠져나왔고 사람들은 향기의 기운이 사라지자 그날의 일을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했으며 재판을 다시 열어 재수사를 하게 하고 드뤼오를 범인으로 결론을 내어-사실 그의 집안에서 여러가지 증거들이 그르누이가 그집에 있었으므로 나오긴했다.- 그를 대신 처형했다.

그르누이는 다시 파리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그는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자신은 자신의 능력으로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살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자신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향수를 바라보며 세상과 자신, 그리고 향수를 비웃었다.
그르누이가 태어나던 날과 같은 무더운 여름, 공동묘지에 모여있던 부랑자들사이에서 새벽녘에 그는 자신의 향수를 주위에 뿌렸다. 사람들은 그곳에 나타난 천사를 바라보고 그를 조금이라도 더 만지려고 더 가지려고 달려들었고 수십명의 사람들의 손에의해 그는 갈갈이 찢겨나갔다. 사람들은 그르누이를 흔적도 없이 먹어치웠다...마치 하이에나처럼...하지만 죄의식은 없었다. 그들이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향수를 읽기까지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렸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오랜시간을두고 천천히 읽은 책이 오래 기억에 남는편이라서 굳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래읽다보니 앞내용이 기억이 안나 책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옮겨적었다.

마치 한권의 판타지 소설을 읽은것 같은 느낌의... 이 책이 주는 느낌은 매우 강렬했다. 향수라는 이름으로 표현되어지긴 했지만,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향수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식이나 가면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 해보았다.
끊임없이 자신의 냄새를 맡지못해 고민하고 그 때문에 결국 죽음을 택한 그르누이의 생에는 마치 자아를 발견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과 흡사하지 않은가?
자신의 본질을 발견해주기를 자신을 단 한번만이라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랐던 그르누이의 마음이 지금의 나와 잘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 남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향수라는 인공적인 가면으로 치장해있는 모든사람들....나역시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본연의 모습은 더럽고 추한 악취가 풍기는 모습이라고 18세기 프랑스를 비유삼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더 멋진 옷을 사기위해 더 멋진 차를 사기위해 더 멋진 매너를 배우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그런것들로 자신을 치장하는 현대인의 모습은 마치 외출을 나가기 전 향수를 뿌리는 여자들의 모습과 같다.
사람의 본 모습을 가꾸고 키우는데 좀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했던것은 그르누이가 스쳐지나갔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왜 작가는 굳이 그 사람들을 다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야기를 전개했을까? 사실 이야기의 흐름상 그 뒤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도 말이다....태어나자마자 그를 시궁창에 버린 친어머니부터 그를 맡아 기르던 보모[가이아르], 무두장이 [그리말], 향수 제조인[지세프 발디니],치명적 유동체를 주장한 학자[라 타이아드 에스피냐스]후작, 그라스의 향수제조인도제[도미니크 드뤼오]까지..그가 스쳐지나갔던 거의 모든 사람들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르누이로 인해 부와 명예를 얻었다는 것이다. 비록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때문에 한순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긴하지만...
인생무상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흠...이부분은 모르겠다....누가 알려줬음 좋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첫작품이었는데 느낌이 아주 좋았다. 좀머씨 이야기를 비롯해 다른 작품들도 한번 봐야겠다. 향수는 여기까지... 나중에 내 머리가 좀더 크면 그때 다시 읽어봐야겠다.

평점 : ★★★★☆

새로운 시작   05.08.22

저는 군후임이 권해서 봐씀다. 좀..엽기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기억에 남는 책중의 하나*^^*
그렇지만..기억이...가물가물..하네요~!

나야(娜夜)   05.08.22

기억에 남는데 기억이 가물가물이라...재밌는 표현이시네요..ㅋ

sakamoto   05.09.04

저도 이 책 읽었는데... 느낌이 강렬하더군요.. 마지막에 주인공의 최후도 그렇고... 어느 도서관에서 읽었던 지라 지금 남아있지는 않지만 꼭 갖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