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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40 , 2007-07-25 03:24 |
오고싶지 않았어.
오면 안되는 것이야. 여긴.
오빠한테 대충 말해서 알겠지만.
스무살 이후 몇번의 사랑와 이별이 온통 이곳에 있어.
행복과 기쁨은 이곳에 없고 슬픔과 눈물만 있어. 여긴.
철없던 풋풋한 내 애송이같은 사랑이 온통 이곳에 있어.
때론 위로받고 때론 공감받으면서 그렇게 내 이십대가 지나갔어.
오빠가 흥미로와했던 치대아이. 하키선수. 재수없다던 연대경영학과 등등
그들과의 시작과 끝이 이곳에 있어.
3년 4년만이다. 여기.
내친구 아름이 알지?
아름이가 아시는 분이 점술집? 하시는 분인데.
오빠는 아니라고 하셨대.
오빠 이름도 생일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에이. 됐어. 그 사람은 아니야.
그리고 지금 그애 주변에 있는 애들 아무도 아니야. 그러셨다는데.
내 사람이야.
내 사랑이야.
내 운명이고 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오빠가 그렇듯.
나 역시 오빠에게 첫눈에 반했고.
오빠가 그랬듯. 오빠가 참 내 사람 같았는데.
사랑은 타이밍이기 때문인걸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멀리. 이렇게 아무도 아닌 사람이. 서로에게. 그런 존재.
대체 이유가 뭘까 궁금해.
오빠.
오빠는 참 멋진 사람인걸 알아.
의사.
오빠는 의사고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인거야.
그런 이유라면 참으로 멋 없고 없어보이는 이유아니야.
단지 그런 경제적인 조건이라면. 그건 지금 당장은 아니여도 앞으로 내가 잘 매꿔줄 수 있는
부분이잖아.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만 보지 말았으면 해.
돈이라면. 그건 오빠가 많이 벌면 되잖아.
나는 한없이 사랑스럽고 매력있는 당신의 아내로 그렇게 내조 잘하면 되잖아.
당신 꿈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 아니라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잖아.
오빠 말대로
오빠의 이상형이라면서 내가.
이렇게 멋없는 이유로 우리 멀어지면 안되는 거잖아.
누구보다
오빠의 근사한 여자친구 오빠의 근사한 아내가 될 자신이 있어.
나는 알아.
그렇게 매몰차고 그렇게 현실적이고 그렇게 속물인 남자. 아니잖아.
그치?
미치도록 내 사람이고
미치도록 내 운명인 것 같은데. 오빠가.
매일 꿈꿔.
나는 하얀미사포를 두르고 오빠와 함께 하얀 성당에 앉아 혼인성사를 받는 그 날을.
오빠를 닮은 귀여운 아들과 딸을 낳고
세상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우리 미래를 매일 같이 꿈꿔.
아직 시작도 못해봤잖아. 우리는.
시작해볼 수는 있잖아. 그 끝이 정말 헤피엔딩 아니여도.
나한테 조금의 기회를 줄수는 있잖아.
주변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나는 소리도 못질러.
다시 생각해보고. 여기 당신이 이상형이며 첫눈에 반했다던 여자가.
이렇게 한없이 오빠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야.
주변에 들리는 말이 너무 많아서.
나는 매달리지도 못해.
나는 내가 먼저 사랑한다 말도 못해.
오빠.
나한테 한번만. 딱 한번만이라고 기회를 주면 좋겠어.
그 점술가분이.
오빠는 내 운명이 내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괜찮아.
그렇다면 그 운명 우리가 바꾸자. 우리 사랑과 믿음으로 우리가 바꾸자.
오빠가 너무 보고싶어
오빠를 너무 너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