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날 알고계시는 남자분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댄다.
친구- 야, 너 그러지마러..
나- 뭐?
친구- 너 엄청 도도하게 굴었대매..
허.... 어이가 없어서...
친구- 너 도도한척 하는 것 같아서 대하기 어렵대. 왜 그랬어??
그래서 한 마디 했다.
야! 너 내가 '도도'란 컨셉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 친구들 다 자빠졌다. 말이 안되잖아..
분명 '그거' 다. 나의 '낯가림'. 참 나쁜 버릇이다.
그 남자분을 여러번 만나긴 했지만 화제는 언제나 일이었고,
둘만 자리에 있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남자라서 긴장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그렇다.
예외가 있다면 초면에도 굉장히 친근하게 대해주는 사람정도?
이 버릇의 원인은 아마.. 트라우마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뭘하든 엄마에게 사랑을 받던 언니, 반대로 뭘하든 언니에게 양보해야 했던 나.
지금이야 별로 신경도 안쓰이고 어렸을때 많이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도 어느정도 납득이 가니까
괜찮지만.. 아마 이게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어린애인 주제에 어른들 눈치 살피고, 잘보이려고 애쓰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뭐든지 혼자 힘으로 하는것만이 좋은 건줄 알고 있기도 했고..
그게 버릇이 됐나 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나 자신을 보이려고 하기보단
그 사람의 눈에 들려고 한다.
내가 평소에 친구들과 하는 얘기를 하면 싫어하진 않을까?
관심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나 너무 재미없는 말만 하고 있는거 아닌가?
소심하다고 하면 소심할 수도 있지만 그냥 버릇같은 거다..
그 사람에 대해 알게되고 친해지면 마음놓고 편하게 대하고, 나에 대해 숨김없이 드러낸다.
친구들도 내가 굉장히 솔직해서 좋다고 하지만..
역시 낯선 사람을 대하는건 용기가 필요한데, 나는 많이 부족하다. 많이...
그래서 누구를 대하던 친해지기 까지 오랜시간이 걸린다.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처럼 서툴지 않은 사람들 눈에는 종종 밉게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친구들 앞에서는 많이 웃고 잘 노는데..
낯선 사람앞에서는 얼굴이 굳고, 긴장해버려서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다.
이 정도도 양호한거다. 아예 그런 나를 보고 사람을 가린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 남자분처럼 내가 도도한척 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고..
남을 알아가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데..
어째서 그렇게 단번에 알겠다는 듯이 멀리하고 미워하게 되는 걸까.
나 전혀 도도하지 않은데..
밥도 아무거나 잘먹고, 깔깔거리고 웃기도 하고, 힘도 세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는데...
결국 그 주어진 시간안에 날 알리지 못한 내 책임인것 같기도 하고..
오해해버린 그 사람이 밉기도 하고.
어렵다. 남을 알아가고 자신을 알린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