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858 , 2008-01-08 15:31 |
전화만 왔다하면 우울해진다
끊임없는 대학얘기들, 그리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그들에겐 난 그냥 누구의 딸일뿐이며 , 씹어먹을 땅콩알갱이 일뿐
근데 왜 이렇게 내인생에 시시콜콜하게 관심을 가져주시는지
덕분에 3개중에 하나 떨어진 대학얘기를 계속 끊임없이 듣곤하지
난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서 싫은데,
내가 전화만 받았다하면 이거구나 싶어 다들 하는얘기들
"아 참 대학은 어떻게 됐니?' 라고
그럼 오히려 되묻고 싶다 ' 그쪽자식들은얼마나 대단한 대학에 갔는데요?' 라고.
잊을만하면 쏟아지는 대학질문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화제를 돌리려고 해도
대학 3개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수화기를 놓게 하는 치밀함이란,
정말 끝내주는거 하나는 전화를 해서 난 누구라고 밝히지 않는다는거다
엄마 계시니?로 시작해서
그래 나머지는 잘 되겠지라고 끝나는 말들
언제쯤이면 벗어날 수 있으려나
덕분에 어디 나갔다 온 엄마에게 바락바락 악을쓰고 소리를 질렀다
울고 소리지르고, 나에게 얻어지는건 뭘까?
왜 말하고 다녔냐고 왜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전화받아야 하냐고
언제까지 내가 이 대답 해야하냐고
왜 어른들은 그렇게 할 일이 없는걸까? 타인의 얘기로 대화를 채워야만 하는걸까?
그래서 때로는 외국의 화법이 좋다고 하는거다.
잘 지내냐는 한마디가 대학어디갔냐는 한마디가 더 필요한걸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되묻는다. 내가 언제 너 그대학 떨어졌다고 뭐라고 한 적 있냐고.
뭐라고 하고 안하고 간의 문제가 아니니까.
분명 내가 오늘 소리지른건 앞짚에도 아랫집에도 윗집에도
어쩌면 아파트 전 층계에 다 들렸을지도 모르지.
근데 어쩌면 나는 내 자신에게 소리지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넌 왜 이것밖에 안되니' 라고...
왜 이거밖에 안되는 인간이어서 너나 부모나 다 힘들게 하는거냐고
뵐 낯이 없다.
물먹은선인장
08.01.08
수험생은 정말 여러모로 힘들고, 어려운 위치인 것 같아요. 저도 그 심정 이해합니다. 세상일이 항상 내 뜻대로만 되는게 아니라서 어쩔 때는 정말 답답하고, 현실을 도피해버리고 싶기도 하죠., |
gudwncjswo
08.01.11
ㅎㅎ...어머니한테 그러지 마세요. 제가 만약 어머니라면 자신이 딸에게 상처줬단 생각에 괜히 또 미안해질거 같네요... 그냥 그 전화오는 다른 분들 보기 민망하고.. 어머니께 미안하고 그런거죠?? ㅎㅎ 어머니께서 뭐라 안하시잖아요~ 물론 그게 더 미안할 때가 있지만... 뭐 어때요. ㅎㅎ 재수를 하시거나, 아님 원치 않은 곳이지만 가서 거기서 더 열심히 하세요. 그러면 그분들도 대학가지고 뭐라하시진 않을 거 아녜요. 제 주위엔 대학 다니다 포기하고 몇년동안 어떤 시험 준비해서 당당히 합격해 무시 당하다가 인생 쫙 폈네~라는 소리 듣는 사람도 있는데 ^^;; 그리고요. 남들이 무시하면 뭐 어때요. 그런 거 신경쓰지마요.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겠지만 덤덤히 넘겨요. ㅎㅎㅎㅎㅎ 좀 우울하면 울고, 떨어졌다고.. 혼 내시는 부모님 을 둔 것도 아니잖아요~~ㅎㅎ. 님 대학 떨어졌다고 님까지 격이 낮아진 거 아니에요~ 절대절대~~ |
cavatina
08.01.11
오우 엄청 공감가요ㅠ 어쩌면 좋아ㅠ 저는 대놓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부모님에게 뭐라 한 적은 없지만(성격이 소심해서) 속은 무지하게 탔었거든요ㅠ 대학 어디 가냐, 과는 어디냐, 수능 어떻게 봤냐, 그 쪽은 그냥 안부 묻듯이 하는 거지만 이쪽 가슴은 커흐흑ㅠ 수험생의 우울함의 이유는 어째 거기서 거기인 것 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