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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요즘   un.
조회: 2913 , 2011-04-20 12:36

가끔씩 이런 상태가 찾아온다.
숨을 기도의 끝까지만 들이마시는.
폐나 뱃속까지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고 기도에서만 순환시키는.
굉장히 호흡이 짧아지고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호흡은 그렇게밖에 안된다.
가끔 정신을 차리면 나는 숨을 참고 있다.
뭐, 자주 이러는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 이런다.
처음에는 굉장히 놀랐다.
내가 왜 숨을 안 쉬지? 하면서.
이제는 적응이 좀 되어서 아, 또 이러네, 이러고 말지만.
아무튼 정신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건지, 신체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모를 노릇이다.

내가 얼마나 사람에 굶주려 있는지 요즘 새삼 내 동생을 보면서 깨닫는다.
나에게 자주 스킨쉽을 해온다.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부모님한테는 하지 않는 행동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은 스킨쉽이 극도로 부족하다. 서로를 만지는 일도 거의 없고
안아준다거나 하는 일은 아예 없다. 가끔 아빠가 스킨쉽을 해오지만, 아빠와 보내는 시간은 주말 정도다.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와 보내는데 어머니는 말도 별로 없고, 스킨쉽도 별로 없다.
추측하건데 어렸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나나 내동생이나 스킨쉽에 익숙지가 않다.
물론 한국사회가 본래 스킨쉽이 많은 나라는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내 동생을 보면서 나도 스킨쉽에 굶주려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동생하고도 스킨쉽을 해보려 하고 엄마한테도 해보려 했다. 예상이 꽤나 맞았다.
기분이 좋았다. 나는 다른 사람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다른 사람을 얻는 방법을 알지 못해 늘 누가 다가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먼저 다가가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거라고, 친구가 없는 사람인거라고 생각하면서
꾹 참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학기 초보다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J, J2, J3, J4, S, S2 (아놔 이니셜 다 겹치네ㅋㅋ)는 자주 같이 다닌다.
그 밖에도 수업에서 같이 앉는 사람도 생겼고.
D라는 친구는 왠지 좀 꺼려진다. 나도 참 편견에 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그런 성격의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무엇보다도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얼굴에 화상을 입었는데, 조금 거부감이 든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이 저절로 그런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안면은 있지만 안 친한 아이들 사이에 가면 안절부절 못한다.
빨리 벗어나고 싶고, 한 마디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

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억압'이다.
뭔가를 좀 하려고 하면 나는 나를 억압한다.
안 돼, 하지마. 널 우습게 볼 거야.
하지마, 그건 쓸데없는 말이야. 너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애가 아니잖아.
그런 말은 왜 해?
널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내가 하려는 행동들을 제지한다.
먼저 인사를 하려다가도 이내 마음을 돌리고,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다가도 입을 다물고
팔짱을 끼거나 스킨쉽을 하려다가도 안 하고.
나는 이게 제일 짜증난다.
내가 태생이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고,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는게 '싫은'거면 나도 그냥 생긴대로
산다. 근데 속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어하면서 겉으로는 행동이 안 나오니 답답한 거다.
이 갇혀 있는 욕구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혼자서는 잘 안 된다.
아무리 노력하고 생각을 바꿔보려 해봐도 잘 안 된다.
물론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힘들다.

아무튼 이제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억압'이다.
수치심이나 자신감부족의 문제, 완벽주의는 어느정도 해결되었다.
이제 스스로의 해방을 위해 노력해야지.
억압의 심리학같은 책은 없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