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했다.
너무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다.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얼마나 애처롭던지.
왜 내게는
이 세상 천지에 마음 둘 곳, 마음 전할 사람 하나 없는가.
핸드폰을 뒤적인다.
100개가 넘는 전화번호들 속에
외롭다고, 오늘 많이 힘들다고, 좀 토닥여달라고 말할 사람 하나 없다.
이들은 나를 알고 있는가.
나를 기억하고 있는가.
나는 이들을 다 기억하고 있는가.
이들과 나의 추억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어쩌면 이들은 나를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나만 혼자 놓지 못해,
이렇게 핸드폰 속에 여전히 저장하고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잊고 잊혀지고..
기억력이 남들보다 좋다는건
그리 달갑지 않다.
그날의 바람
그날의 생각
그날의 느낌
그대가 입었던 옷, 색깔, 감촉.
그대와의 대화
그대의 표정 말투
나만 혼자 이러고 있다는게 애처롭다.
그대는 안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