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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부모님과 다퉜다.   일기
조회: 3088 , 2011-12-19 03:41

대학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입학한 25살 지방대 1학년인 나

1학기때 여러가지 모임에도 참여해 봤지만 남은건 없다.

내가 다니는 과에서의 공부도 재미를 붙이지 못했고,

취업기관으로 전락해 버린 대학교의 모습을 확인 했다.

학점, 토익점수, 봉사경력 등등...

학문과 배움의 장소가 아니라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고 끝나고는 술...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난 휴학을 낼려고 했다.

막연하게 돌파구를 찾고 싶다.

공무원 시험은 두렵고, 취업은 못하겠고, 그래서 워킹을 가려고 하는데 사실 나도 두렵긴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선택은 나의 몫. 응원을 바라진 않았지만 최소한 간섭은 받길 원하지 않았는데 반대에 부딪혔다.

날 이해할 수 없다고... 난 이런녀석인데 어떡하란건지...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난 부모님을 이해하기 힘들다.

너무 답답하다. 고리타분하고... 깨어있는 부모님들이 부럽다.

선배님들 조언 좀 부탁드릴게요.

my_way   11.12.19

음, 선배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아마도 나이도 제가 조금 더 있는 듯하고 저는 이제 졸업할 입장이라, 웬지 남일 같지 않아서 댓글을 달아봅니다. 저도, 대학교 2학년때 쯤 됐을 때 현재 대학모습에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이였습니다. 단지 취직하기 위해 대학교를 다니는 느낌. 어르신들은 '대학'이라는 단어가 꿈만 같은 단어셨을텐데, 웬지 전락해버린 느낌이였죠. 대학생이라고 하면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이 가득한 그런 사람들만 만나고 그런 생활을 하게 될 줄알았죠. 물론, 어느 정도는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정말 그렇게 진짜 '대학생'같은 대학생이신 선배님들도 많이 만나보고 많이 배웠구요. 정말 존경할만한 교수님밑에서 수업 한두학기 들어본 것만으로도, 인생에 길이 기억이 남을 거 같은 기억들도 있구요. 또, 그저 취직만을 위해 학교를 다니는 듯한, 마지못해 다니는 듯한 그런 사람들도 만나봤구요. 대학생활이 고등학교와 다른 점은 선택의 폭과 책임이라는 것일겁니다. 제가 남들 앞에서 자랑할만큼 대학생활을 잘했다고 하기도 힘들어서, 뭐라고 정확히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느낀대로 말씀드리자면... ...
대학생활이 정말 비합리적이고 멋대로 흘러가는 거 같아도 결국엔 뿌린대로 거둔다는 걸 실감했다는 겁니다. 스펙맞추려고 대학생활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또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그 노력의 과정에서 얻는 것이 있을겁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겐 결국 그만큼의 보상이 있더군요. 재미있는 점은 소신있게 자신이 원하는 걸 하던 사람은 원하는 걸 얻었고, 그저 주위 눈치보며 스펙만 맞추던 아이들은 마찬가지로 스펙 맞춰 취직하더군요... 님이 원하시는 게 뭔지 생각해보시고 소신있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역시 고리타분한 대답인거 같지만요 ^^; 저는 항상 길 있는 곳에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문제는,.. 저희 집은 제가 아주어렸을 때부터 자유방임 주의였던지라, 대학교를 선택할때도 휴학을 선택할때도 모두 부모님과 상의 없이 진행됬었죠... 처음엔 그게 편하고 좋은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에 책임을 느끼게 될수록, 부모님과 상의하는 습관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고 있답니다... 물론, 부모님과 대화가 쉽지 않다는 건 저도 압니다. ㅜㅜ 저도 잘 안되는 일이고요.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

밤비   11.12.19

일단 답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고민하는건 제가 취업을 원한다면 스펙을 쌓는거일텐데 원하지 않는게 문제에요..그래서 차라리 남은 3년동안 학교를 다니지 않고 다른데 투자하면 얻는게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티아레   11.12.19

대학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대학생활이 실망스러워 휴학을 생각하신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게 막연한 돌파구가 되어선 좀 곤란할 것 같아요. 인생의 선택들이라는 게 미리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늘 어느 정도는 막연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경험자들의 의견도 잘 들어보고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는 과정에서 내가 정말 이것을 원하는지, 그렇다면 그걸 얻는 최선의 방법은 뭐가 있는지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도 생기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고, 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구요.

호주로 워킹을 다녀온 사람들을 몇명 아는데, 어느 정도는 고생도 각오해야하고, 경험담도 제각각이어서 유익했다는 사람도 아니었다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본인하기에 많이 달린 것 같기도 하구요. 사실 대학생활도 마찬가지죠.

다만 대학이나 외국생활 그 자체가 나에게 뭔가 만족스러운 걸 안겨주리라는 막연한 기대나 환상은 경계해야할 것 같아요. 어디에 있건, 무슨 일을 하건 결국 내가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많이 좌우하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해야할 경우, 자신이 그 선택을 왜 했는지,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 장점들을 최대한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자식이 하는 일에 우선 믿음이 가야 지지도 응원도 가능할테니까요.

밤비   11.12.19

답변 감사합니다. 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노력해야 겠어요.

활기찬   11.12.19

일단 저도 님 나이때에 엄청난 고민들이 많이 있었지요 저도 재수를 1년하고 휴학하고나서 군대를 1년쉬었다가 들어가니 22살이었고 제대하고 반년을 기다렸다가 복학을 하고 제대하니까 27인가 그랬습니다 그때부터 회사도 다니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20대 나이 금방 가더군요 일단은 님나이때에 저도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중요한건 자신이 가고자하는길을 정확히 알고 가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꼭 가고자하는길을 가시기 바라구요 저도 참 힘들었는데 어떤 방법이라도 여전히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기만 하네요 일단 가기로 작정하셨으면 한번 밀고나가 보세요 죽이되던 밥이되던 그것이 돌파구라고 생각된다면 한번 밀고 나가보시길 바랍니다 일단 대학은 꼭 졸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뒤늦게 지나와 보니 대학졸업장이 꼭 필요하다 생각이 되네요 화이팅입니다^^

밤비   11.12.19

활기찬님 답변 감사드려요. 저도 나중에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솔직한 제 마음은 두렵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밀고 나가 보려 합니다.

cjswogudwn   11.12.19

차라리 간섭해주는 게 더 좋아요. 진심 ㅠㅠㅠ
진짜 너무 간절히 무언갈 원한다면 부모님 반대따위 뭐 상관있나요.
다만, 어느 흐름이 휩쓸려 나도 결정했는데, 부모님이 반대했을 경우, 남을 믿는 것보다 부모님 믿는 게 더 좋다는 거, 그런 거 밖에 없지 않나요?
부모님 믿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자기 자신이겠지만, 확신이 없을 땐 믿을 수 있는 남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겠죠 뭐. 대학이 나에게 해주는 건 없고, 다만 등록금을 받아서 대학 외의 사람들은 잘 접하지 못하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자리밖에 안 되죠. 그 기회는 대학에 다니는 모든 사람에게 제공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거고(그 열심히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보단, 정보수집에 더 적극적인 사람을 일컫는 듯)... 외국 생활 또한 마찬가지겠죠. 전 비록 국내에 있지만, 외국에서 더 넓은 견문을 익힌 사람들보다 더 잘 하면 되는 거에요.
휴학하고 뭔가 하실 게 뚜렷하다면, 분명 휴학을 하는 게 더 좋아요.
무의미하게 대학학년을 높이는 것보다야 그게 더 의미있죠.
하지만, 휴학하고 나서의 계획이 뚜렷하지 않으면, 휴학하는 건 정말 무의미하죠
부모님께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에 대해 좀 더 말해보세요. 뭘 하고 싶고, 뭘 얻는지, 그걸 하기 위해 님이 아는 최선의 방도들은 무엇인지.. 하려고 하는데 [경제적] 등등의 장해물을 어떤 식으로 극복해나갈 것인지... 그러면 부모님들이 가방끈이 짧아도 주변의 친척, 이웃집을 통해 약간의 정보를 물어다주실지도 모르잖아요?

밤비   11.12.19

몽상가님 답변 감사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세상 물정에 어두우세요. ㅠ

밤비   11.12.29

이제서야 확인했네요.
친절한 답변 감사드려요.
사실 저는 냉정한 말 보다는 응원을 받고 싶었어요.ㅎㅎ
고맙습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