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친구라기엔 솔직히 나이가 좀 많이 차이납니다. 그 친구의 누나가 제 또래니까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봐도 인연이라고 말하기엔 때론 너무 억지같아 보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가 솜털뽀송한 대학초년병이었을 무렵 친구들이 한참
미팅에 라면끓이고(열올리고) 소개팅에 돈을 걸고 있을때(승부수를 둘때)
네...그때도 저는 아래로 두살 내려봐야 하는 고등학생을 사귀고 있었습니다.
연상연하커플이 금기시되던 당시의 분위기로는 아시죠?..오리지날 불륜이 되고 말았죠.
그래도 꿋꿋하게 몇년을 만나다가 그가 대학생이 되자마자 다른 연인들과 비슷한 문제를
가장해(?) 헤어졌죠. 그 몇년의 만남은 달콤함 뒤로 고통은 배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니 연상연하커플이 유행하더군요)
이때 저는 "절때! 연하랑은 사구지 아누리랑~" 꼬옥 다짐했지여.
몇해뒤 학교졸업후 직장을 다니며 어떤 모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와 처음 대면하는 날이었지요.저는 사회인...그 친구는 당시 대학초년병.
"움화화핫! 아무일도 없을거야"라고 당연히 생각했던게 화근이었는지 또..야리꾸리한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전에 그보다 두살 더 내려가야 하는...합이 넷이 아랩니다.
전의 그처럼 밥사줘 술사줘등 이런저런 일방적인 그 친구의 요구가 시작되었죠.
거절했어야 할것을 그러지 못해 끌려다니다 하루는 그친구 또래녀와 소개팅을 시켜주었더니
불같이 화내더라 이말입니다. "왜 딴사람이 나왔어! 나 집에갈래!"
네...완전히 애기였습니다.이성...눈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전의 그와 똑같습니다.
정신이 화~악 들더군요. 이게 아니야...하지만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정든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친군 자전거를 못타던 저와 여의도를 같이가고 싶어하고
당구를 잘 못치는 저를 당구장에 데리고 가고 싶어했지만 저같은 사회인이 그런 낭만이
다 어디있답니까...술이 더 좋았죠. 그리고 평소엔 굉장히 무뚝뚝한 친구인데 술만 마시고
면 제손을 나꿔채 만지작 거립니다. 술이 용기를 준다는 헛소리까지 해가면서요.
왠지 그게 안좋아 보여서 연락을 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친구도 존심서서 연락안합니다.
허나...이래저래 바빠 잊혀질만하면 소식이 오더라 이말입니다.
지금 그 친구는 대학졸업반이 거나 되어가는데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고시준비를 하고있고
저는 다시 타지에서 나이많은 학생의 신분이 되었습니다.
이젠 제가 그 친구에게 가끔 전화를 합니다. 아무래도 전 외로운 모양입니다.
제가 몸이 아프면 걱정을 해주고 뭘하고 지내냐고 묻다가도 시집이나 가버리라고 놀립니다.
농반진반 보고싶다고 말하면 그 친군 크게 웃어제낍니다.
어제는 슬쩍 언제 돌아올거냐고 묻습니다. 전 말끝을 흐렸지요.
그 친구와 저는 애매모호합니다. 노래가사처럼 연인도 친구도 아닌 어색한 관계일 뿐입니다.
간혹 저와 연락하는게 불편한지 떠보면 그런게 어딨냐 하면서 아예 전화할 시간을 정해줍니다.
메일을 보내면 답장은 한통 보내질 않으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미안하다고 먼저 말합니다.
대충봐서 내용은 알지 못할거야 생각했는데 말하다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가 만나자고 하는것도 전데 약속을 하면 공부에 집중이 안된다고
투덜대면서도 나오긴 잘 나옵니다. 미스테리한 사람입니다.
제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드러내지 않을 모양입니다.
어쩌면...그 친구에게 전 버리기엔 아깝고 관리하기엔 귀찮고 머 그런걸까요?
그렇다면 왠지 길게 끌어서는 안될것 같은 느낌이 심장을 팍팍 찌릅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지금 이 어색한 인연을 빨리 잊는게 좋겠지요?
제 외로움이 나중에 더 배가 되기 전에 전에 다짐했던 맹세를 지켜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