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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전화 공포증   deux.
조회: 3360 , 2012-02-02 12:57

번번히 느끼는 건데
나는 전화 공포증이 있다.

전화를 잘 못 걸겠고
받는 것도 어색하다.
자꾸만 빨리 끊으려고 퉁명스럽고 짧게 이야기 한다.
전화가 너무 불편하다.

차라리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나는 전화가 싫다.

-

왜 싫은고 생각해 보니
끼워맞추기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의 영향인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 할 때
느끼는 불안하고 불쾌한 느낌은
내가 전에 아빠랑 같이 살 때
아빠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느꼈던 느낌과 일치 한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래서 아빠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아빠에게 안부 전화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하지 않으면 화를 내었다.
그런데 나는 아빠에게 전화 하기가 싫었다.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제 또 이상한 소리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상한 소리란 성폭행과 관련된 소리다.
언제나 노골적으로 나에게 요구해 왔다.
안아보게 해달라느니.
싫다고는 했지만
그랬을 때 싸늘하게 변하는 아빠의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내장부터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불쾌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것은 고된 일이다.

-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아빠에게 강제로 전화를 걸 일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내가 전화를 걸려는 사람 중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나는 여전히 겁을 내고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것이다.
지금은 하등 불필요한데도
지난 날의 기억이 지금에 영향을 미쳐서
아직까지도 그것이 지속되는 것.
쓸데 없지만 나의 의지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것.

전화 공포증도 극복하고 싶다.
그래야 대학 생활이든 사회 생활이든 수월할 것 같다.

학교에서 임원을 맡게 되어서
전화를 걸 일이 많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자꾸만 미루게 된다.

어떻게 극복할까나.
전화 상담하는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고민해 볼 일이다.
아무튼
극복하게 되기를:-)

바나나우유처럼달콤한   12.02.02

아...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이 살고있다는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꼭 극복해내실꺼예요 ^^

킹사이다   12.02.02

저도 그런 거 있어요. 걸 때나, 걸려올 때나 좀 떨리더라구요. 상대방이 보이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구.;

인생은피쳐링   12.02.02

공감되요.. 저도 전화못받아서..

amam   12.02.03

저도 예전에 그랬어요 . . .


victory   12.02.03

아빠욕을 제가 대신 해드리고 싶네요....

siren9982   12.02.07

난 집안에서 받는건 좀..밖에선 갠찮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