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봄이 설렜는데, 지금은 봄이 그립다.
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면 은은하게 퍼지는 잔향이 그립고,
눈처럼 떨어지는 꽃잎을 쳐다보던 아득한 내 시선도 그립고,
불과 4년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나도 변하고, 내 주변도 변하고.
인간관계는 처음에 너무 어려웠지만, 혹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4번의 봄이 지나는 내내
나는 많이 앓고 배웠기에, 예전보다는 편안해 졌다. 나와 다르지만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은 받아들이고,아니면 적당히 이해해주고 넘겨 버리면 그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일을 조금씩 하게 되면서, 돈은 정말 벌기 힘드나 쓰기는 쉽다는 것도 알았고,
모르는 사이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타인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 받는 게, 어쩌면 소통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고, 최대한 조심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건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최선을 다 한다면 그냥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 보다는 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꿈이라는 게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도 느꼈고,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하고, 안정적이길 원하는 내 마음도 알았고,
주변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내 자신을 망치거나 혹은 꽃피우게 하는 것 또한 내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도 배웠고,
생각해 보면, 누구에겐 설레일 수 있고 행복한 봄이, 이상하게 나를 눈물짓게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헤어진 이는 기억조차 안나는데도, 나는 유독 그 계절을 아름다워 하면서도 서글퍼 한다.
아직 그러기엔 이를지도 모르지만,
떨어지는 꽃잎과 그 향기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너무나 쑤시고 아프다.
꽃과 향기는 기다려지지만, 떨어지는 꽃잎은 아프다.
정말 그걸로 된 걸까?
가장 아름다운 채로 아스라져가도 되는 걸까?
낙엽은 제 소임을 다 하고 제 색을 잃고 말라가 떨어지는데,
그에 반해 꽃잎은 제 색과 향기를 온전히 유지한 채로,
온전히 자기 자신인 채로 내던져져도 괜찮은 건가.
봄이란 계절은 항상 그렇다. 그리우면서도 안타깝고 울적하게 느껴지는 계절.
기분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올 봄에도 꽃잎앞에서 그 향기를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