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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근본적 이질감   deux.
조회: 2504 , 2012-06-07 23:59


어디서부터
이런 어둠이 비롯되는 걸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았다.

문득,
'근본적인 이질감'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질감'
때문이다.
울트라다이어리에 들어와
사람들의 일기를 읽는 것도 마찬가지.

잠 못 이루는 새벽
우울한 오후
페이스북에 들어가
울트라다이어리에 들어와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글들을
읽다보면
나만 이렇게 우울하고 힘든 게 아니구나,
라는 점에서 위안을 얻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힘들 수 있다고.
나도 그런 거라고.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 희소한 상처는
나를 그 누구와도 동질감을 느낄 수 없게끔
만든다.

나는 
근본적으로
남들과는
다른 상처를 안고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 해도
여의치가 않다.
내가 갖고 있는 여간한 문제는
모두 이 성폭행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원인은 자명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거니와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는 문제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남자가 꺼려져요,
라고 상담을 하면
사람들은 이유를 묻는다.
이유를 말해줘야 
상대방도 뭔가 의견을 말해줄 수 있을텐데
나는 
'성폭행'
때문이라고는
차마 이야기할 수가 없다.

다른 모든 문제들도 마찬가지.

.
.


결국 나는 이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경험때문에
세상과 괴리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세상과 나와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 



-


상담을 계속해서 받으면 되는 걸까? 
그래서 고소를 하고
내 지난 날에 대해서 
그렇게나마 보상을 받고 나면
나는 그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 밤에 
이불 위에 누워서 생각하건데,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이 정도까지 망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완전하게 망칠 수 있을까. 


.
.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



아무튼
이 근본적인 이질감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우울에서도 잘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질적인 경험을 
안고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 두려운 일이다.

새어나갈 지도 몰라서.
언제나 무언가를 숨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사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불변의 비밀이 
나에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근본적으로 이질감을 느낀다.

운영자   12.06.08

원인은 자명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삶이란게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들 어깨에 큰 짐을 하나씩 얹고 힘들게 걸어가죠.. 짐이 없으면 "아 가뿐해"라며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가는것이 아니라 다시 어디 얹을 짐이 없나 하고 찾아헤매죠..

하나님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하나씩 내려놓을때마다 님의 발걸음도 하나씩 가벼워질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결국 스스로의 몫인것 같아요.. 상담 꾸준히 받으시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님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