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에 납치 당해
18년 동안 감금 당했던
한 여자의 글.
단호히
그에게
그가 저질렀던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고야 말겠다는,
그 구절이
마음에 와서 박힌다.
나는 왜
단호해질 수 없을까?
물러터진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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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화가 나기도 하고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적어내려가건데
단 한번도
'복수해야지'
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당한만큼 돌려줘야지,
그 사람 인생도 망쳐놔야지,
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나에게 사과해줬으면 좋겠다,
는 생각만 했을 뿐.
그리고 내가 지금껏 바라왔던
유일한 건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것.
.
.
제이시 두가드가
필립 가리도라는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책을 덮고야 말았다.
'그가 매일 나를 범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셀 수 없을 만큼 그런 일이 많았다는 것밖에는 모른다.
그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나는 그가
끝낼 때까지 마음속으로 달아나는 법을 배웠다.
머릿 속에서 이야기를 지어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시간 감각이 모호해졌고
그 덕분에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를 섹스에 이용하지 않을 때는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심지어는 그와 함께 있는 게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
.
앞으로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눈을 지긋이 감아야 하고
얼마나 가슴이 아려야 하며
얼마나 책을 덮어야 할 지.
하지만 분명
마지막 장을 다 읽어내려 갈 즈음에는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거고
친부에 대해서도
다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에게는 조금
날카롭고 따가운 책이지만
읽어내려 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