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 참 맛있어,
라고 표현하는 건 쉬워.
하지만
네가 참 좋아
라고 표현하는 건 어려워.
왜일까?
김밥과 넌
뭐가 다른 걸까?
.
.
나는 김밥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점?
김밥이 날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건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나에게 김밥이 맛 있는 지 맛 없는 지야.
만약 김밥이 맛 없다면
나는 김밥을 버릴 수도 있어.
그렇다고 해서 김밥이 날 미워하지는 않아.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나는 김밥을 먹을 수 있어.
내가 이렇게 제멋대로 군다고 해서
김밥이 나한테 화를 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김밥을 불쌍히 여기지도 않고
이런 나를 욕하지도 않아.
너는
김밥과는 정반대지.
네가 날 좋아하는 지 좋아하지 않는 지
그건 나에게 아주아주 중요한 문제야.
네가 나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너를 마음대로 버릴 수도 없어.
그런 건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아.
게다가 나는 너한테는
제멋대로 굴 수도 없어.
그리고 만약 너를 버린다면
내 마음대로 너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도 없어.
.
.
너는 김밥과는 달라.
나는 김밥에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만
너에게는 많은 걸 바라고 있어.
나를 좋아해주기를.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주기를.
김밥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김밥에게 상처받지 않아.
하지만 나는 너에게는 상처 받아.
.
.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밥은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지만
너는 나로 인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점.
그래서 나는
네가 좋다고
솔직하게 표현하기가
참 힘든 거야.
나는 김밥은 책임질 필요가 없지만
내 감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리고
너의 상처
나의 상처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래서 어려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