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적한 시골 야밤에 오랜만에 '우리들의 죽음',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듣고 있다.
10년 전쯤 서울 정동에서 있었던 정태춘 박은옥의 공연을 우연히 간 적이 있었다.
'우리들의 죽음'을 빵빵한 사운드의 라이브로 들으면서 옆자리의 아내 모르게 조용히, 그러나 쉽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90년대 초반의 실화를 노랫말로 풀어낸 '우리들의 죽음'의 상황은 10년 전이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공연 말미에 정태춘 씨가 객석을 향해서 질문을 던졌었다.
'여러분은 자본주의를 인정하십니까?'
숨죽인 객석에선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뇨' 하고 크게 울부짖을 뻔했다.
그래, 절대 인정 못하지... 하지만 그때 대답 못한 건 두고두고 나의 비겁함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그토록 내가 경멸하고 증오하는 자본주의와의 접접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론 자본주의적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기... 내 평생의 화두다. 그런 면에서 내 삶의 터전이자 직장이기도 한 이 대안학교 공동체는 소중하다. 반자본과 비자본을 꿈꾸지 않으면서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논한다는 건 적어도 내게 있어선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