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오늘도 벌에 쏘였다.
땅벌이었는데, 장작 나르고 정리하는 일을 하다가 장작 속 어느 나뭇껍질 안의 이놈들 집을 내가 잘못 건드렸다. 두 방쯤 연속으로 쏘인 것 같았는데, 뻐근한 벌침을 느낀 순간부터 아마 약 10초 안에 얼른 근처 바닥에 흔하디 흔한 흙투성이의 질경이 잎을 입으로 씹어 벌에 쏘인 왼쪽 발목 부위에 붙였다.
역시나, 질경이의 효과는 대단하다, 붓지 않는 걸 보면... 가히 '직빵'이라고 해야 하나.
지난 주엔 역시 말벌에게 제대로 오른 발목을 순식간에 몇 방 쏘였는데,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아래로는 발가락에 위로는 무릎 바로 아래까지 퉁퉁 부었었다. 오른 다리가 신장개업한 가게 앞의 바람풍선 인형같이 변해서 두 발로 서 있으면 다리 굵기에 현격한 차이가 났다. 질경이 응급처치를 안한 내 불찰이었다. 4, 5일 동안 가려움증에 다리를 엄청 긁어댔다.
이곳에서 벌집 제거는 어쩌다보니 내 담당처럼 되어 버렸다. 벌집을 발견하면 왠지 모두들 내게 얘기한다. 그러다 보니 작년 가을께엔 벌들의 왕이라는 장수말벌에게 쏘여 읍내 병원 응급실에 가서 주사를 맞은 적도 있긴 했다. 녀석은 노랑과 검정이 예쁘게 섞인데다 크기가 어른 엄지손가락만해서 시각적으로 볼만은 했지만, 무지막지하게 내게 침을 놓았다. 수많은 벌 애벌레들을 죽인 형벌을 그대로 받나 보다. 인과응보인가...
오늘 발견한 땅벌떼를 불로 쫓고 난 후 찬찬히 보니, 역시 그 안 벌집에 애벌레 생명들이 꽉 차 있었다.
어른 말벌들은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으로 위협적 존재인 나를 쐈을 뿐인데...
그렇다 해도 여기 아이들이 어쩌다 벌에 쏘이곤 하는 상황을 나역시 그대로 방치할 순 없다.
사람 역시 같은 식구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벌집을 없애는데 내가 약간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도 하긴 한다) 어쨌든 난 죽어서도 좋은 덴 못갈 게 확실하다, 하도 많은 생명을 죽여서. 올 들어서만도 벌집을 한 40개 쯤 제거했을 거다.
요전엔 이곳에 출몰한 뱀도 두마리 잡았었는데, 그녀석들은 그냥 먼데 놔주었다. 뱀보다는 오히려 틈만 나면 지붕 처마건 땅이건 집을 짓는 벌이 오히려 더 무서운 놈들이다. 이놈들아~ 제발 딴 데 가서 집 지어라. 내 눈에 띠어서 니들이나 나나 이로울 거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