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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사리기 - 직면하기
deux.
조회: 2518 , 2012-08-19 21:01
고등학교 때는
나 아닌 남을 먼저 생각했었고
나의 내면보다는
바깥 세상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았다.
이것저것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것들로부터
눈과 귀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외부의 외침
바깥의 것들로부터 잠시 격리되어
스스로를 돌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약 1년 반 정도
계속된 것 같다.
이타적이기 이전에
적당히 이기적일 것.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
내가 세운 원칙.
이 원칙이 있었기에
나는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었다.
자존감을 얻었고
사랑,
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애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
.
이제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문을 닫고 있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제 열 때가 된 것일까
아니면 아직 때가 아닌 것일까.
심정적으로는
아직 닫고 있고 싶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 나에게 필요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관성,
인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닫고 있어서
열고 싶지가 않은 건지
아니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
열고 싶지 않은 건지.
.
.
아직도 내 안에는 해결할 문제들이
많다.
자존감과 애정,
을 얻었다고 해도
아직도 성폭행과 관련된 심리 치료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계속된 회피로
관련된 것들이 잘 기억나지도 않고
언어로 표현하는 데에
극심한 거부감이 든다.
굳이 표현하려고 하면
객관적인 언어가 되어
남의 일인 마냥 줄줄줄 이야기한다.
상담실에는
항상 각티슈가 준비되어 있지만
나는 상담을 하면서
한 번도 그 휴지를
써 본 일이 없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확실히 정리하고 싶다.
분리,
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까지는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이어져 있어서
괴로웠다.
그.래.도
아버지야.
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아버지일 수 없다는 것,
범죄자라는 것,
가해자라는 것을
확고히 하고 싶다.
어머니와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
지금은 내가
마음 속에서 어머니를 밀어내고 있는
상태다.
오랜시간 동안 묵은 감정과 원망,
그리고 분노들.
과거로부터 비롯된 그 감정들이
현재의 관계마저 해치고 있다.
답답하다.
상담을 받으면서
이 문제를 풀고 싶다.
.
.
그런데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 내 앞에 다가왔다.
나는 하반기에
조용히 돈을 벌어
내년에 복학을 해서 학교를 다니고 싶었는데
그것을 하면
그것이 수월치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나의 몫이다.
다만
지레 겁먹고
피하지는 말자.
정면으로 바라보고
'선택'
하자.
외면,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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