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시골에 내려갔다.
친척 동생들과 큰아빠, 큰엄마가 나를 반겨주셨다.
큰아빠는 내가 다 컸는데도
아직도 내가 가면
안아주시고 뽀뽀를 해주시며
'아이고 내새끼'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아
이게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나에게 이런 부모님이 있었다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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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에게서 대신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명절이 아니더라도 종종 와서 머물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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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터질 것 같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처음부터 꼬여있는 지 모르겠고
왜 이렇게 많이 꼬여있는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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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는 내가 다 컸는데도
껴안고 궁둥이를 팡팡 두드리고
뽀뽀를 하신다.
그런데 그게 하나도 싫지 않다.
'조건'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로부터 그 어떤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나를 만지고 껴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나를 사랑해주고 싶어서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나를 만지는 것이기에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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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를 욕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은
내 인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확실히 치료하고
의식의 영역으로 띄워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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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문제는 거의 해결된 듯 하니
이제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집중해볼까 한다.
사실은 조금 두렵기도 하다.
이 문제에 골몰하게 되면
주변의 다른 것에 신경을 못쓰게 될까봐.
특히 오빠에게.
하지만 나로서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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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3번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