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가 좋다.   trois.
  hit : 3245 , 2013-09-19 12:27 (목)


드디어,
나도 내가 좋아졌다.
내가 사랑스러워졌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동안 나를 사랑했던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를 걱정했던
나를 아껴주었던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했던
사람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이 고맙기는 커녕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를 왜 걱정하지?'
'나를 왜 좋아하지?'
'왜 나한테 관심을 갖는 거고, 왜 나랑 친해지고 싶다는 거지?'

오히려 내 쪽에서 이해를 못 했었다.
전 남자친구에게 이런 점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이런 말을 했었다.


'그런 걱정이나 관심을 못 받아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
.


그런 종류의 사랑은 부족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진심 어린 걱정.
전폭적인 내 편.
나는 늘 무관심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그런 환경은
나조차도 나에게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타인이 나를 대하던 방식 그대로
내가 나 자신을 대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의 감정에 귀기울일 줄 몰랐고
나 자신에 대해 애정을 가질 줄 몰랐다.
온전히 나의 편이 될 줄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사람들이 나를 왜 좋아했는지.

진짜로,
좋아했다는 것 까지도.



그들은 그저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나를 아꼈던 것이다.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뭔가 내게 바라는 것이 있거나
기대하는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
내가 좋았던 것이다.
그냥,
내가 그들 삶의 한 부분이 되었고
그들은 나를 소중한 한 사람으로 간직했던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그리고 지금 내 곁에는
나를 그렇게 여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나를 아끼는 데 특별한 이유가 없듯,
그들이 나를 아끼는 데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뭘 잘 해서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서,
그래서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나 자체가 




좋은 것이다.
그 사람과 나는
그런 사이인 것이다.


.
.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소중하다는 사람들은 뭔가 이상해보였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의문스러웠다.
나를 보고싶다는 사람들은,
의심했다.


하지만 
이제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던
그 많은 사람들 모두
정말 나랑 친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무슨 이유가 없이도,
그저 내가 좋았던 것이다.

내가 좋다고 이야기했던 사람들도
그저 겉치레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 속에서 내가 좋은 감정이 피어났던 것이다.

내가 보고 싶다고 했던 사람들도
내가 정말 생각나고
나와 정말 이야기하고 싶고
나를 보고 싶었던 것이고,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마음 속에서 정말로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피어올라
나를 걱정한 것이다.


내가 소중하다는 것도
모두 진심일 것이다.


그 마음이
느껴진다.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전 남자친구의 말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내가 보고 싶다는 말도,
나 때문에 걱정이 되어 아무것도 못 했다는 말도
모두모두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는 나를 정말로
좋아했다.
나를 안으면 좋았을 것이고
내가 뽀뽀를 해주면 설렜을 것이다.

그에게 나도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나에게 그가 그랬듯.


당시에는 나는
전혀 믿지 못했지만.
그리고 '못 믿겠다'는 말로 그에게 못을 박아버렸지만.
반 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
.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우리 하나 잘잤어?'
라고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머리 아프다면서, 괜찮아?'
라고도.

나를 얼마든지 쓰담쓰담 해주었다.
사랑한다고.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들을 대해왔던
그만큼의 진심을
나에게 쏟아주었다.

'말'이 아닌
진심어린 '애정'을.



그리고 이 애정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나를 보듬어 나가고 싶다.
지금의 나 뿐만 아니라
예전의 나까지도.






'우리 하나, 수고 많았어. 많이 힘들었지? 나쁜 새끼 때문에.
그딴 새끼는 대가리를 깨버려야 하는데. 네가 이게 무슨 고생이야.
엄마는 이런 말 한 마디 해주지도 않고. 엄마도 나빴어, 그치?
동생이란 놈은 그래도 아빠가 불쌍하지 않느냐는 말이나 하고, 내 앞에서.
다들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많이 외로웠겠어. 억울하고.

그래그래, 이제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을 만들어 나가자. 
아니, 지금도 세상에는 내 편이 많아. 
내가 아니라 아버지를 욕해주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 진심을 느껴보도록 하자.
나를 걱정해주고, 나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을 테니까.

나는 내 편이야. 고생 많았어. 얼마나 싫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을까.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가 없어서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미안해. 

이제 다 알아. 다 이해해. 앞으로 서로 더 잘 알아 나가자. 내가 좀 더 잘 들을게.'




tops  13.09.25 이글의 답글달기


나도 하나양이 좋아요

힘내요 소중하고 예쁜사람.




李하나  13.10.10 이글의 답글달기

답글 다는 것을 잊었네요. 다시 봐도, 정말 감사해요. 진심으로♡

tops  13.10.10 이글의 답글달기


아름다운,데이지,등등 몇개의 필명이 더 있는데 이거 다 제 아이디와 필명이에요

울다에 만들어둔 아이디가 많이 있어서 이것저것 여러개의 아이디를 사용하게되네요

암튼.. 승아언니에요 그 때..(9월19일) 댓글 삭제해버려서 미안해요

데이지..라는 필명으로 하나양에게 길게 댓글을 달았다가

너무 구구절절한 말들이 괜히 쑥쓰러워서ㅋ

대신 짧고 간결한 말로 마음을 표현했어요

어쩐지 그게 더 진솔하게 느껴질 것 같아서 ..

하고싶은 말 해주고싶은 말 너무 많지만

아직은 마음으로 하나양 응원해주는 것 밖에 없네요

도와주고 싶고 힘이 되어주고싶은데 ...

언젠간 내가 꼭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잘 지내요 하나양 ..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고

꼭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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