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 trois. | |||
|
동생이 시골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 동생이지만, 나는 드라마에 한 눈이 팔리고 말았다. 동생이라도 사랑하면 안 된다고 내 안의 누군가가 나를 말린다. 저 아이도 내 편이 아니라고. 괘씸하다고. . . 그리고 다음 순간에 바로 가슴이 아려온다. 그래도 난 저 아이가 좋다. 저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절대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나 나의 이런 차가운 태도가 저 아이를 상처받게 한다면 나는 정말 정말 슬플 것이다. 더 사랑해주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다. . . 이렇게 느끼는 나를 보면서 나도 참 별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하나 미워하지도 못 하는 문딩이다. 동생은 모든 걸 알고, 목격까지 했으면서도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을 동생이 이야기할 수 있었을 리는 없지만, 그래, 그래도 적어도 내 앞에서 아버지가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제 엄마를 그렇게 닮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아버지는 표 나게 늙어가고 있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잘 사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걸까. 사실 동생 앞에서 힘든 모습을 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동생 앞에서 나는 언제나 힘차게 살았고 자신감 있게 살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각이 무뎌진 걸까. 어찌되었든, 동생도 내 편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아이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에는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싶다. 그 둘을 미워하고 싶지는 않고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다. 이런 나는 바보인 것이 아니다. 미운 사람 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내가 만약 엄마와 동생을 정말로 미워했다면 나는 정말로 슬퍼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들이 좋다. 이런 나는 이상한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눈물 겨운 희망인 것이다. 풀기 전에는 사랑하고 싶지 않다. 아니, 내 사랑을 주고 싶지가 않다. 이것은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풀리고 난 다음에는 마음껏 사랑해주고 싶다. 나는 언제나 그들을 사랑했다. 내 동생이어줘서 고맙고 내 엄마여서 고맙다. 서운하고 섭섭하고 그걸 표현하고 사과를 받고 싶다. 그리고 제발 그 사과를 받고 내 마음이 풀려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나의 가장 큰 복수다. 엄마와 나 동생, 이렇게 셋이서 정말로 행복하게 사는 것.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바라면 이루어진다. 찾는 곳에 길이 있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지언정, 그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고 괴로울 지언정, 내가 하고 싶어해서 되지 않은 일은 없다. 내가, 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될 것이다. 조금 더 빨리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그 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엄마와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동생과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 한 날, 이 일기를 다시 읽으며 새로운 일기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드디어, 가족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는 일기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