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cinq.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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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일 때 아빠에게 썼던 편지를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과제를 할 때는 과제 말고 모든 것이 재밌다고 했던가. 문서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안 읽어볼 수 없었다. 과제가 아니니까! . . 담담하게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 겪었던 일, 내 감정이 쭉 표현되어 있었다. 구체적으로. 덕분에 내가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잠시 잊고 있었던 것들까지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맞아, 나는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편지의 마지막은 통쾌했다. '나는 늘 아빠에게 바라기만 했다. 나를 그만 괴롭혀 달라고. 내게 사과해달라고. 죄책감을 느껴달라고. 하지만 이제 그런 건 바라지 않기로 했다. 네가 나한테 미안해하든 말든, 나는 신경 안 쓰고 내 인생을 살 거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이 한 일을 증명해냈고 세상에 알렸고, 당신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내가 할 일을 다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를 사는 일이다.' 읽는데 새삼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웠다. . . 3심이 끝난 지 6개월이 넘어간다. 이제는 조금 아득해졌다. 신기할 정도로. 20년 가까이 내 인생을 지배했던 문제가 단 몇 개월만에 기억 너머로 희미해져간다. 물론 몸은 기억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제 더 이상 과거에 매여있지는 않다. . . 내가 썼던 말로 일기를 마무리해본다. "당신은 나를 망가뜨렸지만 나는 내 힘으로 다시 다 쌓아올릴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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