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움   말로표현못하는어떤것
  hit : 3175 , 2011-05-18 02:22 (수)




모 후배는 내가 최근에 알게 된 정말 좋은 아이이다.
복학하고 처음 사귄 '친구'였고, 지금은 나름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계속 어울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이 친구는 자신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마음의 짐이 많은 아이였다. 가정형편과 또 자신의 처지,

나는 이 친구의 짐을 나누어 들어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다만 들어주고, 보듬어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본 너는 정말 좋은 아이인 것 같았다고, 그래서 마음에 들었고, 내가 원해서 잘 대해주고 싶었다고,
그러나 절대 너를 동정하는 마음은 없다고, 나는 너를 절대로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혹시나 그렇게 생각하거나, 그래서 나에게 부담을 느끼거나, 속상해 할까봐 염려되서,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해주었다. 그저 나의 마음은 안쓰러움과 챙겨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녀에게 말한 것 처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저 마음을 조금 나누어 주는 것 밖에는
할 수 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 범위 내에서는 최선으로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남자친구랑 헤어진 얘기를 하면서, 이 친구는 마음이 많이 다친 것 같아 보였다.
남자친구는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내어줄 수 있는 만큼 내어줬는데도 부족한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처음엔 이해했지만, 나중엔 그런것들에 지쳐있는 것 같다고...
이해한다. 후배도 그 남자도. 그치만 이건 정말 잔인한 현실인거다...
책임지기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그런 현실.
그녀도 또한 그녀의 남자친구도, 서로에게 너무 내어주려고만 했기 때문에 지친 것은 아닐까?
세상에는 애를 써도 안되는 일이 분명히 있다. 너무 애를 쓰다보면 결국엔 서로를 채워주지 못하고 지쳐버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그녀가 본 나는 항상 안정적이고, 유쾌하고, 밝고 대범한 사람이란다.
그치만 사실 겹겹이 속의 진짜 나는  느린사람이다. 게다가, 나는 얉은 사람이다. 또 약았고 계산적인 사람.
그리고 보기보다 독하고 차가운 사람. 선이 분명하고 맺고 끊는게 분명한 사람. 한없이 이기적이고 못된 인간.
뭐 이런게 내 진짜 모습이 아닐까. 나도 가끔 내 자신이 두렵다. 
편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면들이 노출되어 있지만,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은 나를 너무 한없이 만만하게만 본다.

 '수박 겉 핥기'
단기간의 벼락치기 같은 사람..

깊게 가려고 하지도 않고, 또 가고 싶지도 않고
웃기게도, 삶의 순간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섬광같은'찰나'들을 기억하며 적당히 사는게 모토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말하는 '적당히'는 정말 말 그대로 적당히다.
너무 모자르지도 않게, 또 너무 넘쳐 흐르지도 않게 그러면 상처주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수 있다.
다만 다 쏟아 낼 수 없어서 후회가 남지 않을까 싶지만,
선택은 하는 순간부터 뒤따라 오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후회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뭐 결론은 난 항상 그런식이다.
얕은 사람이어서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적당히라는 단어 덕분에 상대를 지치지 않게 하고, 나 또한 지치지 않는다는...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아직은... 또 어느 쪽이 더 그들을 위하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 누군가의 체온에 36.5도로 잠시나마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잘 해주고 싶고, 잘 지내고 싶다는 얘기인데 뭐 이리 장황해졌는지 모르겠다 ^^;

아....그리고 순간의 부끄러움? 나는 못된년이라고 느낀 부분은..
그 짧은 시간에도 얘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내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
내가 했던 불평들은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근데 마지막으로 제일 잔인했던건...
아 차마 입에 담기도, 또 글로 쓰기도 슬프다.

왜 사람은 누군가의 불행 혹은 불운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 혹은 행복을 확인하게 되는 걸까..?
아...
뭔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이 마지막 생각은 내 작은 그릇과 이기주의를 너무 뻔하게 보여줬다. 인격미달....부끄럽다.
그냥 모두가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월향  11.05.18 이글의 답글달기

^^.. 다 그런거 아닐까요. 남의 불행 앞에, 자신의 위치를 보고 행복해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하는것....

[다만 나는 그 누군가의 체온에 36.5도로 잠시나마 따듯하게 햊ㄹ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 참 와닿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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