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녀의 소개팅   말로표현못하는어떤것
  hit : 3360 , 2012-03-26 22:11 (월)




20대 초반에는 외적인 면을 가장 중시했다.
외모가 아니면 소개팅 자리에 나서려고 하지도 않았다.

예전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표정관리를 못해서 얼굴에 다 드러나는 표정으로
함께 나온 주선자를 당황시키기도 했었다.

지금은 외적인 것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지만,
눈빛에서 빛이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 현재는 아니어도 상관이 없지만, 발전가능성이 있고,
비젼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떻게 비춰졌을지도 궁금하다.

소위 '진상남'이라는 스타일의 사람들은 많이 만나봤다.

개인의 취향이 한 창 유행할때, 이민호 패션을 따라한건지... 안그래도 작은키에 바지 밑단을 모내기 나가는 사람처럼 접어서 나를 기절초토화 시키고( 다리의 무성한 털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ㅜㅜ) , 할 말이 없었던지 성실한 사람의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학자금 대출을 얘기하며 자기는 현재 얼마를 빚지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30분간 나눠서 내가 연락을 피하게끔 했던 사람.

쌀국수를 먹자며 쌀국수 집에 가서(첫만남) 자기 좋아 하는 소스라며 내 접시에 한 가득 소스를 붓고 내 취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로 식사를 하고, 카페에가서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한문을 외우며, 손닦고 온 나에게 자기가 한문을 외울테니 그걸 봐달라고 하던 한의대 진상남^^

뭐 이 외에도 한번 만나고 내가 자기 여자친구인것마냥 무섭게 전화해대고 찾아온다고 협박하고, 결국 내 수없는 거절로도 안되서 주선자를 통해 겨우 떼넨 집착증 남자부터...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도 있구나 싶게끔

최근에 만난 사람은 너무 정상적인 사람이라. 아아.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만난다는게 이리 힘든일이 었구나를 새삼 실감하게 했다.

보통 사람들이 소개시켜달라하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꼽는데, 이게 제일 힘든 것 같다.



최근 만난 사람은 스마트폰의 폐혜를 적절히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유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는데 전화나 문자연락을 자주하는 사람을 별로 안좋아한다.


특히나 카카오톡. 편하게 쓸 수는 있지만, 뭔가 불편하다. 실시간으로 오고, 솔직히 온거 아는데 확인만 안눌렀을 뿐 이미 내용은 다 보고 확인을 안했다고 할 수 가 없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최근에 만났는데,, 이번에는 너무나 지나치게 평범하고 사회순응적이어서 뭔가 나랑 안맞는 것 같았다. 사람 자체는 사려깊고 괜찮은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많이 퇴색되고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이 보인달까....?



나는 사실 소개팅 내내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길래, 나는 나중에 뭐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그런 나를 신격으로 추대했다.

'대단하다,멋있다'등등 의 말과 감탄사.

하지만 난 그의 평범한 일상에 날려줄 감탄사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예의용 접대용 미소가 있어, 좋은 사람인 척 하는건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의 내가 보기에 그는 비젼이 없어보였다.


대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 하고 싶어요.~할거에요'가 아닌 '~해야죠'가 대부분인 그였다.
그게 지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과, 아직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학생의 차이인 걸까?
아니면, 인생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고정적이어서 그런걸까...



긴장도 떨림도 이렇다할 감흥도 없었다.
더 알아보고 궁금해하고, 조금이라도 즐거웠다면 다시 만나볼 의향이 있겠지만
주변의견도 반반이다.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고, 또 더 만나보지도 않고 사람을 그렇게 판단하냐는것...


그치만 난 이미 속물이고, 또 속물이 되고 싶고, 속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내가 속물이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누가 나에게 속물이라고 얘기해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다.
다만, 반짝반짝 빛나려고 애를 쓰는 나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함께 빛날려고 노력하고, 서로에게 귀감이 될 수 있게.


그 사람은 물가의 동그란 조약돌 같다.
둥글둥글하고 매끈하긴 하지만, 빛을 머금고 있지는 않다.
인연이란게 무서운 거라서, 나는 아예 시작을 안하려고 한다.

혹시 같이 있다가, 나도 조약돌이 되어버릴까봐.
나는 반짝반짝 빛나고 싶고. 보석이 되고 싶다.
    [8] 12/05/12
   흔들 흔들 [2] 12/04/08
   건축학개론 (스포주의) [10] 12/04/01
-  속물녀의 소개팅
   나는 내가 무섭다. [2] 12/03/18
   앓고나니 시원하다 12/03/10
   자연스럽게 [4] 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