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던 것들, 놓치고 살았던 것들 │ deu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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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꽤나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울함도 많이 가셨고 집안도 안정되어 가고 있다. 가족들과도 자주 만나고 같이 운동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한다. 일상이 회복된 것 같아 참 좋다. . . 얼마 전에는 할머니와 함께 운동을 갔다. 함께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았다. 할머니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6.25 사변 이야기 할아버지와 만났던 이야기 살기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 책에서만 듣던 이야기들을 전해들으니 정말 있었던 일처럼 생각되었다. - 그리고 마음 속이 조금은 차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을 잊고 살았고 놓치고 살았다. 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주변의 도움을 받으니 꽤나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고통받지 않아도 됐을 지도 모른다. . . 내 입버릇은 나는 한 번도 사랑받은 기억이 없다는 것. 하지만 부족했을 뿐 사랑은 받았다. 친할머니는 나를 사랑해주셨다. 내가 할머니댁에 가면 나를 반겨주셨고, 어렸을 때는 나를 안아주시기도 했다. 큰아빠도 큰 엄마도 그리고 친척동생들도 나를 참 좋아해주었다. 막내 삼촌도. 고모들도 나를 참 좋아해주었다. 시골집에 가면 나를 항상 안아주었고 잘 왔다며 나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랐다, 나는. 그런데 그럼에도 항상 부족했기에 그 억울한 마음에 사랑따윈 받은 적 없다며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아니아니야 사랑 받았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 . 그리고 생각해보면 엄마도 나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표현이 '사랑한다'는 말이나 포옹이라는 직접적인 게 아니라 이것저것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것으로 나오는 걸 거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프로필 사진을 내 사진으로 해 놓지도 않을 거고 이혼한 마당에 나와 내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지도 않을 거고 점심시간마다 나에게 전화를 하지도 않을 거야. . . 그럼 뒤집어 생각해서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사랑했는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했는가. 나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주었다. 그러나 항상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나는 바라기만 했지 무언가를 준 적이 있었던가. 엄마나 동생을 안아준 적이 있었던가. 따뜻하게 말하려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할머니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준 적이 없다. 받기만을 바랐지. . . 하지만 주는 느낌은 참 괴로웠다. 본래 받은 것이 적어 갖고 있는 정이 별로 없어 그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참으로 불안하고 괴로워서. 자꾸만 바라게 되는 내 자신이 괴로워서 그냥 주지도 받지도 않는 중립적인 관계에 익숙해져 버렸다. . . 내가 만약 친척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이 정도까지 바르게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다. 부모에게는 상처를 받았지만 그래도 그만큼 다른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버틸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을 잊고 살았다. 나를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만드는 잔인한 놀이에 빠져. . . 놓치고 살았던 것들 잊고 살았던 것들을 돌아보고 챙기고 싶다. 작은 기억들 작은 고마움들 작은 사랑들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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