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던 것들, 놓치고 살았던 것들   deux.
  hit : 2264 , 2012-06-16 13:22 (토)



요즘
꽤나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울함도 많이 가셨고
집안도 안정되어 가고 있다.

가족들과도 자주 만나고
같이 운동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한다.

일상이 회복된 것 같아
참 좋다.

.
.


얼마 전에는
할머니와 함께 운동을 갔다.
함께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았다.
할머니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6.25 사변 이야기
할아버지와 만났던 이야기
살기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
책에서만 듣던 이야기들을
전해들으니
정말 있었던 일처럼 생각되었다.




-


그리고
마음 속이 
조금은 차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을 잊고 살았고 
놓치고 살았다.

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주변의 도움을 받으니 
꽤나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고통받지 않아도
됐을 지도 모른다.

.
.



내 입버릇은
나는 한 번도 사랑받은 기억이 없다는 것.
하지만
부족했을 뿐
사랑은 받았다.

친할머니는
나를 사랑해주셨다.
내가 할머니댁에 가면
나를 반겨주셨고,
어렸을 때는
나를 안아주시기도 했다.

큰아빠도
큰 엄마도
그리고 친척동생들도
나를 참 좋아해주었다.
막내 삼촌도.

고모들도 나를 참 
좋아해주었다.
시골집에 가면
나를 항상 안아주었고
잘 왔다며
나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랐다, 
나는.


그런데
그럼에도 
항상 부족했기에
그 억울한 마음에
사랑따윈 받은 적 없다며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아니아니야 
사랑 받았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
.


그리고
생각해보면
엄마도 나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표현이
'사랑한다'는 말이나
포옹이라는 직접적인 게 아니라
이것저것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것으로 
나오는 걸 거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프로필 사진을 내 사진으로 해 놓지도 않을 거고
이혼한 마당에
나와 내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지도 않을 거고
점심시간마다 나에게 전화를 하지도 않을 거야.

.
.



그럼 뒤집어 생각해서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사랑했는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했는가.

나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주었다.
그러나 항상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나는 바라기만 했지
무언가를 준 적이 있었던가.

엄마나 동생을 안아준 적이 있었던가.
따뜻하게 말하려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할머니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준 적이 없다.
받기만을 바랐지.


.
.


하지만 주는 느낌은 참 괴로웠다.
본래 받은 것이 적어
갖고 있는 정이 별로 없어
그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참으로 불안하고
괴로워서.

자꾸만 바라게 되는 내 자신이 
괴로워서
그냥 주지도 받지도 않는
중립적인 관계에 익숙해져 버렸다.



.
.



내가 만약
친척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이 정도까지 바르게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다.
부모에게는 상처를 받았지만
그래도 그만큼 다른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버틸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을 잊고 살았다.
나를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만드는
잔인한 놀이에 빠져.


.
.




놓치고 살았던 것들
잊고 살았던 것들을
돌아보고
챙기고 싶다.

작은 기억들
작은 고마움들
작은 사랑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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