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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trois.
조회: 2665 , 2013-04-07 15:13


아주 오랜만에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보았다.

벌써 몇 번째 보는 지 모르겠는데
볼 때마다 다른 게
참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이 영화를 보고는
나도 해리처럼 호그와트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11살 무렵까지
해그리드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그 때는 언제 해그리드가 나를 데리러 올 지 모른다며
베란다 문도 잠그지 않고
장롱 문도 항상 열어놨던 기억이 난다.
해그리드가 장롱으로 나올 수도 있다면서.

그러다가 12살, 13살이 되고
이제 호그와트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지나자
에이, 나는 안 불러줄 건가보다
하고 포기를 했었던 것 같다.

정말 가고 싶었는데, 호그와트.

.
.



그렇게 나는 계속 자라나고
그 동안에도 몇 번씩 이 영화를 봤지만
그저 재미있어서 보았다.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
새삼 많은 것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해리가 보였다.
어려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짖‚œ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촌의 집에서 
살게 된 해리.
벽장 밑 좁은 공간에 살면서
늘 구박받고
두들리와 차별을 받으며 살았던 해리가
그렇게 곧게 자라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 한 편,
그게 정말이라면
대단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용기와, 곧은 성정-
좋은 부모님이 있었다 하나
그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단순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해리를 지켜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
.



해리가 마법사의 세계에 가서
환영을 받고
칭찬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해리를 얼마만큼 사랑하셨는지
알 수 있게 된 게
정말 기뻤다.

물론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래서 그 사랑을 계속 받지는 못하지만 
크나큰 사랑
정말로 큰 사랑으로
자신을 지켜줬다는 걸 알게 된 게
해리에게는 평생 동안의 행복을 선물 받은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마법사 세계에서
론과 헤르미온느라는 믿을  수 있는 친구
자신을 지켜주는 덤블도어
듬직한 해그리드를 얻은 해리는
점점 행복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음 속으로 열심히 응원하게 되는
그런 친구.




.
.

그 다음으로는
영화 속에 배치된 여러 가지 상징에
눈길이 갔다.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을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
그러나 덤블도어는 경고한다.
이 거울은 결코 그것을 현실로 이뤄내주지는 않는다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거울 앞에 앉아 
시간을 허비하고
마침내는 미쳐버리기도 한다고.
그러니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정말 행복한 사람은 거울 속에서 자기 모습 그대로를 본다'고.


정말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J.K 롤링은 이미 그것에 대해 깨닫고 있었던 것일까.

그 외에도
용기와 담력, 우정, 지성, 침착함, 친구에게 맞써는 것, 등에
점수를 주는 호그와트의 규율에서
꽤나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볼드모트의 대사 역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선과 악은 없다. 
세상에는 '힘'과, 
그 힘을 갖기에는 너무 나약한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선과 악이 없다는 것은
나 역시도 동의하고 들어가는 부분이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세상은 힘을 가진 사람과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볼드모트는 
힘 없는 사람들 깔보는 뉘앙스로 저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다.

힘을 가진 자가 있고
힘을 못 가진 자가 있기에
힘을 못 가진 자는 언제나
힘을 얻기 위해 서로 뭉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겹게 듣는 '연대'이다.

우리는 약자를 돌보아야 하는 것이
'정의'라든지 '복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약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거는 하나의 주문,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하나의 무기.

비난이 아니다.
나 역시 약자이다.
내가 보호 받아야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그저 옳아서라고 생각하면
그저 정의여서
그저 그렇게 해야 해서
해야 하는 거면 
'맞써기' 힘들어진다.

그 옳고 당연한 것을 실현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강자에게 맞썰 힘이 부족하다.
내가 저 힘을 나눠 갖기 위해,
라는 동기가 필요한 것이다.
권리 의식이다.

저것은 원래 내 것일 수도 있다, 라는 의식.
그저 시혜 의식, 정의, 도덕에만 기대면
욕망이 생길 수 없고
욕망이 없는 이상 추진력은 약하다.

힘을 얻으려는 욕망
그것이 강자에 대항하는 약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때문에
절대악과 절대선은 없다
힘이 넘어가고 넘어오는 과정일 뿐.






.
.

아무튼
오랜만에 봤더니
아주 재밌었다.

영국 발음을 듣는 것도 즐거웠고.
조만간에 영국에 한 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문화나 듬뿍 느끼고 와야겠다.
사실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서
토익 공부를 해야하는데
사실 성격상 토익 공부는 재미 없다.
그냥 영어에 한 번 푹 빠져봐야겠다.
토익 준비는 한 6개월 정도 하면 되고 

'정말'로 
'진짜'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영어로 듣고 말하는 기회를 늘려야지.
회화 수업도 많이 들어야겠다.
여러 가지 내가 흥미있는 소재를 영어를 사용해서 
표현할 수 있는 활동에도 참여하고.
사실 외국 학교에서 토익 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것은
토익을 잘 볼 수 있느냐를 보려는 게 아니라
그 학교에서 언어와 문화로 인한 불편함 없이 잘 적응하고
영어로 된 수업과 과제들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니까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도 들어봐야겠다.
과제를 하려면 읽고 쓰는 능력도 필요하겠지.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영어로 글을 쓰는 연습도 꾸준히 해야겠다.

그리고 영국이나 미국에 가서
영어라는 것의 총체적인 것을 느껴보아야겠다.
영어는 영어를 쓰는 사람, 지역, 역사의 일부일 뿐이다.
그 거대한 원형, 
종합적인 덩어리를 보고 싶다.
그들의 삶, 역사,
그렇게 해서 
그 덩어리를 '느껴'보고 싶다.

무의식에 새겨넣고 싶다.
참으로
재미있을 것 같다.



.
.



재미있는 삶이다.
어쩜 이렇게 굴곡졌을까.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머리 속에서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는데
지금은 그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넓고 큰 사람이 되어 있다.

그 시간들을 견뎌낸 힘이
이제부터는 오로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에만
쓰일 것을 생각하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