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움과 두려움, 공포와 경계가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해졌다.
확실히 무서움과 두려움, 공포
그리고 그로 인한 경계는
나의 행동과 정신과정에 많은 제약을 가한다.
이것은 내가 이성적인 동물이기 이전에
본능적인 동물이기에 그런 것 같다.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을 꺼리는
동물적인 생존 본능.
이것이 나의 몸에 각인되어 있다.
학대 당한 동물들을 보면
인간을 극도로 경계한다.
분명 자신을 도와줄 사람인데도
구조대원을 피해 맹렬히 달아난다.
나는 동물 농장이나 SOS 같은 구조 프로그램을 보면서
항상 궁금해했었다.
왜 저렇게 도망을 갈까.
그리고 답답하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면 구해주고
살기 좋게 만들어줄 텐데
그것도 모르고 저렇게 도망가기만 한다고.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또 자신을 힘들게 할 지 안 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똑같이 생긴 사람이라면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존에 위협을 느꼈던
- 그것이 육체적인 생존이든 정신적인 생존이든
상황과 그런 사람, 상대,
에게 경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오랫동안 그를 경계하고
피하고
분리되어 있는 것이 나를 안전하게 해주었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로부터 늘 거리를 두려 했다.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었지만
최대한 엮이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다.
'밀어내기'
몸으로부터
그리고 생각으로부터
언제나 나는 친부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밀어내면
나는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했다.
이것이 학습되어 버린 것이다.
강화에 의한 학습.
밀어내면 편안함이 찾아온다는 조건이
학습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늘 밀어낸다.
내가 판단을 내릴 새도 없는
찰나의 순간에
나는 이미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면
말을 걸지 말라는 가시를 세우고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면
다가오지 말라고 방패를 친다.
가라고
같이 있기 싫다고
그렇게.
.
.
음
같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분이 나빴던 경험만 상대적으로 많이 축적되어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같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을 차곡 차곡 쌓아가야겠다.
추억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폴라로이드를 하나 사야지.
그래서 친구들과 좋은 일이 있으면
폴라로이드로 찍어서 앨범을 꾸미는 거야.
'추억 일기장'을 하나 만들어서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일들을 기록해봐야겠다.
사람들하고 있었을 때의 즐거웠던 점들을
찾아보는 거야.
물론 힘든 일도 있겠지.
그럼 그런 힘든 일들도 적고.
오키오키♡
그러다보면
사람들하고 함께 있는 게
무섭지 않고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거야.
사실 세상은 좋은 일이 얼마든지 많은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