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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잠이 안온다.   생각
조회: 2238 , 2014-06-02 03:57
웃었다 멍했다..반복이다.

화장터. 추모공원. 절까지.. 오빠를 보내는 절차.
어젠 꿈만 같은 하루였다.

난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나 싶었지만 자연스레 절까지 갔고..
가길 잘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빠를 보내주는걸 보니..오빠가 좋은데 갈것같고..
절도 경치가 참 좋은 곳이어서..맘도 놓이고..

오늘은 오빠가 날짜를 잘 맞춘덕에 하루 푹 쉬기까지..

오빤 끝까지 배려의 왕이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서울가서 치료받음 나았을꺼란 말을 많이해서 욱하면서도.. 그랬을꺼란 마음에 마음이 저려왔다..

나라도 더 관심가지고 적극적이었담 어땠을까.
결과는 같았더라도 후회는 없었을텐데..
위암 3기 생존율 40프로라는데.. 특히  젊은 남자 생존율은 60프로가 넘는다..
오빤 왜 그 반도 안되는 퍼센테이지 안에 들었어야 했는지..
나의 무관심 탓은 아니었는지...
그냥 이런저런 생각..

오빠가 나랑 헤어진걸 아무한테도 말 안해서.. 민망하지만 친지. 친구들에게 고맙단말 많이 들었다..
덕분에 사람들 시선 신경안쓰고 오빠를 보내줄 수 있었는지도..

좋은 친구들 그리 많은데 맘도 한번 안터놓고..  혼자 끙끙거렸을 오빠 생각하니 맘이 더 저려왔다..
바보같이..내 욕이라도 실컷하지..
친구들 연락도 안받고.. 연락받아도 이제 다 나았다고 그래서..
오빠친구들은 장례식 연락에 다들 황당..
누가 사진 보여 달랬냐며.. 욕이라도 하고 싶다는 친구들..
진심 느껴지고.. 끼리끼리 논다더니 하나같이 다 좋아보이는 친구들..
밤10시에 연락받고 서울에서 새벽4시에 도착한 친구도 있었고..
동네친구. 중학교. 고등학교. 군대. 회사.. 무리도 얼마나 많은지..
바보같이 이 좋은 친구들 두고..왜그리 외로웠누..
맘아프게..

오늘은 오빠고모랑 오빠동생에게서 카톡이왔다.
정말 고맙다고..

오빠 가족들은 내랑 헤어진걸 아시면서도.. 많이 챙겨주시고..고마워하시고.. 딸하라고 그러시고ㅜ.. 좋은분들이다..

아버진 어제 나랑 헤어지시는데..눈물까지 보이셨다..

말썽한번 피운적 없는 아들이라는데..이번에 참 큰 말썽피운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다시 연락되서.. 오빠랑 함께 보낸 시간이 있다는것.. 그런 시간없이 나중에 소식 들었음 평생 가슴 저리며 살았을꺼다.

울어주는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는 못난 나지만..
그렇게 가는길 울수있었다는것도 .. 다행이고..

오빠란 좋은사람 만난것도 고맙다.
한때는 나에게 왜이리 큰 시련이 오는지,.나만 왜이리 슬퍼야 하는지..하늘이 원망스럽기도했지만..
오빠는 정말 좋은사람이었다. 배울것도 많았고 존경스런 사람..
잊지 않고 나 또한 좋은 사람으로 살도록 노력할것이다..

담 생애는 오빠..우리 부부하자.
오빠 이번 생애 많이 아팠으니 담 생애는 건강하게 살도록 해주시겠지?
우리 둘다 건강하게..이쁜 아이들 낳고..
오빠 좋아하는 야구도 보러 다니고.. 낚시도 하러가고..
남들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보자.
담 생애는 오빠곁 떠나지 않고 함께할께..
그리고 우리.. 같은날 떠나자..
이번 생처럼 누구 하나 먼저 떠나지말고 같이..알았지?

편히 쉬고..담 생애 다시 만나요.. 멋진사람..

Jo   14.06.02

유유상종.두분다 멋진사람들이군요.

프러시안블루   14.06.02


가시길 잘하셨네요...

왜 갑자기 김광규 시인의 <조개의 깊이>란 시가 떠오를까요?
무언가 가슴속에 담고 사는 삶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거에요

결혼을 한 뒤 그녀는 한번도 자기의 첫사랑을 고백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도 물론 자기의 비밀을 말해 본 적이 없다.
그렇잖아도 삶은 살아갈수록 커다란 환멸에 지나지 않았다.
환멸을 짐짓 감추기 위하여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말
을 했지만, 끝내 하지 않은 말도 있었다.
환멸은 납가루처럼 몸 속에 쌓이고, 하지 못한 말은 가슴
속에서 암세포로 굳어졌다.

환멸은 어쩔 수 없어도, 말은 언제나 하고 싶었다. 누구에
겐가 마음속을 모두 털어 놓고 싶었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면, 마음놓고 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책을 읽다가 그런 구절이 발견되면 반가와서 밑줄을 긋기도
했고, 말보다 더 분명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
나 끝까지 자기의 입은 조개처럼 다물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끝없는 환멸 속에서 살다가 끝끝내 자기의 비
밀을 간직한 채 그들은 죽었다. 그들이 침묵한 만큼 역사는
가려지고 진리는 숨겨진 셈이다. 그리하여 오늘도 우리는 그
들의 삶을 되풀이하면서 그 감춰진 깊이를 가늠해 보고, 이
세상은 한번쯤 살아 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Melancholy   14.06.02

힘내요- 젊은 분들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속절없이 보낼 때가 제일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그분이 좋은 곳에 가셨길 바래요

꿈과 희망   14.06.02

참 좋은 분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아픈데도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
한번에 보내드리긴 힘들테니,
시간갖고 조금씩 조금씩 보내주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힘내세요.
분명히 좋은 곳에 가셨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