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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웃음
 상실로부터의 배움   말로표현못하는어떤것
조회: 2795 , 2014-08-30 02:26




 

불과 얼마 전에 동갑인 친구가 떠났다.

단짝까지는 아니었지만 함께 공부하고 좋은 추억을 쌓았던 같은반 친구였다.


처음엔 그 소리를 듣고 왜...그렇게 착한 애가... 라는 의문만 생겼다.

친구들과 함께 찾아갔는데 ,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냥 환한 그 애의 소리없는 미소랑 얼굴만 떠올랐다.

장난을 치고, 익살스런 시비를 걸면 항상 왜라는 말도 없이 그냥 웃기만 하던 착한 애였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그것도 너무 어린나이에 가서 안쓰럽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애가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만.



빈소에 가고, 조문을 하고, 마지막에 우리때문에 더 우실까봐 그냥 나오려다가 (계속 우시고 계신 친구 아버지의 모습이 걸려서) 그래도 좋은 친구였다고 꼭 말해드리고 싶어서 같이 인사를 드렸다.



이렇게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주고, 좋은 친구였다고 말해주는데, 자기 자식은 이렇게 훌륭한 아이였는데,

그런 훌륭한 아이를 잘 지켜내지 못해서,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친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며 우는 모습이... 우리 모두를 울렸다.


쳐진 어깨가... 흘리시는 눈물이... 너무 슬프고 먹먹했다.


그 친구 몫까지 열심히 잘 살아달라는 마지막 말씀에 제일 많이 눈물을 쏟은 것 같다. 안울려고 그랬는데.



그렇게 며칠은 멍 하게 보냈던 것 같다. 같이 조문갔던 친구들이랑도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두려운 단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신 못본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또 두려운 건지.



아주 어릴때 기억조차 잘 나지 않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빼고는, 다행히도 슬픔없이 자랄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무서운 단어는 나는 몰라도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 친구로 인해 아직 상실감이 두려운 나는 다른 태도의 삶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여전히 두렵고 무섭다.


그리고 안쓰럽고 , 또 한스러울 것 같다.



한창 우리나이때, 이제 서서히 자리잡아 가기 시작하고 , 첫 월급타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보고, 손주를 보고, 등등.......



이 많은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갔다는 그 친구에 대한 애잔함.


그 친구가 편안한 곳에서 행복하게 잠들 수 있도록 기도하고

그 가족들이 더 이상 눈물흘리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소위 말하는. 기본적인 사람의 인생, 사람의 도리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참 한스럽고 죄스럽다는 걸...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자식이 부모 앞서가는게 가장 큰 불효라고 하는건지

왜 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가장 걱정됐던건 부모님이었다. 앞으로의 나날들을 눈물로 보내실까봐...
슬픔은 있지만 그러시지 않길 바란다..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소중하다.

이 시간이 소중하다.

모든게 다 소중한데, 가끔은 함부로 대하는 내 자신이 반성되고, 그랬던 내 모습이 싫다.
소중한 이들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


살았던 나날들을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야 겠다.

질주[疾走]   14.08.30

친구분께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억지웃음   14.09.05

네 저도 그러길 바라고, 또 그러길 기도했습니다

에헿헿   14.08.30

제 친구 한명도.. 참 순하고 착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귀여운 친구였는데 군대에서 왜 떠나야만했는지..힘든 마음을 알아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허망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속 소중한 친구에요.ㅎㅎ

억지웃음   14.09.05

떠난 사람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이따금씩 문득문득 마음속을 들여다볼때 생각나게...

ghkk68   14.08.30

자신을 좋은 친구였다고 기억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친구의 마음이 한결 편할것 같네요
살면서 좋은사람으로 남는게 참 어려운데 말이에요

억지웃음   14.09.05

좋은 사람이기가 얼마나 어려운건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많이 쓸쓸하지는 않았을거에요.

볼빨간   14.08.31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고인 앞에서 깊은 슬픔을 느끼지만 모순되게도 나는 살아있다, 그러므로 무언가 해야겠다는 희망을 느끼는 것 역시 죽음 앞입니다. 후회하지 않게, 웃음님이 행복해지는 삶을 살아가요... 그리고 친구분이 좋은 곳에 가시기를.. 눈을 감고 기원합니다

억지웃음   14.09.05

처음이라 그런 모순된 감정들이 뒤엉켜서 한동안 참 혼란스럽더라구요. 감당이 되지 않는달까요....
주변 사람에게 더 잘해야 겠다는 마음, 나에게 충실해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행복하게 살라는 말 많이하고, 저도 행복한 삶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볼빨간님도 항상 행복한 삶이시기를 바랍니다 ^^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프러시안블루   14.08.31

맞아요...우리는 장례식장에서 인생을 돌이켜보곤 하죠..

몇달전 장례식장에서 본 영정사진이 참 인상깊었는데요

"고마웠어. 안녕"이라고 인사라도 하는듯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50대 아주머니 영정 사진이었어요

흑백의 굳은 표정이 아닌 활짝 웃고 있는 칼라영정사진..
어떻게 사신 분인지 들어나는 선한 표정.

너무 많은 걸 함축하고 있다싶어서
스마트폰으로 찍어오고 싶었지만
혹 고인께 실례가 될까봐 마음속에만 담아왔답니다

억지웃음   14.09.05

삶 속에서 삶을 살아갈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사라져가는 곳에서 보인다는게 가장 충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리 아닌척해도, 또 안보이는 것 같아도
사람이 산 흔적은 항상 어디든지 남아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