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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해야할 일들. 정리해야 할 것들.   지난 이야기
조회: 2916 , 2014-11-26 11:54
 병원에 다녀왔다.
 갈때마다 하는 채혈과 검사.
 헤모글로빈 수치 낮아 빈혈이 심하고, 어쩌고 저쩌고.
 백혈구 수 감소에 따라 면역력이 어쩌고 저쩌고.
 
 희망적인 이야기라도 듣는다면 병원가는 일이 즐거울텐데.
 방사선 치료를 위해 다시 CT를 찍고,
 1차 방사선 치료도 하고.
 5회쯤.. 하면 되지 않겠냐던 의사는 CT촬영결과를 보고,
 8-10회정도 해야겠다고 횟수를 늘린다.
 임파선까지 전이가 되면 어깨가 많이 아플 수 있다고.
 뼈에는 아직 전이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확답은 못 준단다.
 그래, 니가 할 수 있는게 뭔데,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입맛이 없더라도 잘 챙겨먹으라는 말을 한다.

 속으로, 그건 내가 해야하는거고, 당신이 할 수 있는걸 말하라고. 한다.
 

 약과 방사선치료 덕분에 내 입은 항상 쓰다.
 초콜릿을 먹어도 쓰고, 사탕을 먹어도 쓰고. 입이 바싹바싹 말라서,
 자꾸만 물을 마신다.
 덕분에 화장실도 자주 가고-. 
 
 다녀와서 맥주 한캔을 가지고 한시간 넘도록 마시고,
 까무룩 잠들었다가, 밤 중에 일어나서는 당신에게 말한다.

 나 억울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아.
 왜, 억울해?!
 나 이제 서른인데, 아파서, 아파서 이대로 죽는다는게 너무 억울해.
 아무말도 없이 당신은, 핸드폰으로 .... 만 찍는다.
 힘들게 산 것도 억울하고, 이제 당신 만나서 좀 행복해지고 싶다 생각하는데, 이모양이라서 너무 억울해.
 화가 나서 눈물 밖에 안 나.
 또 울어? 이제라도 만났으니 됐지, 왜 화가 나..
 

 한참을 울다가 팅팅 부은 눈으로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는데
 욕실 전구가 나갔나보다. 아. 
 


 조금씩 조금씩 무언가를 먹고있긴한데- 덕분에 살이 더이상 빠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 같다.
 다행이다. 
 


 아직도,
 내가 무엇을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
 내가 다 놓고 포기를 해야되는건지.
 아니면 끝까지 바득바득 살겠다고 발악을 해야하는건지.
 
 완치의 가능성이 없는 이 치료, 수명연장을 위한 치료를 계속 해야하는건지.
 그냥 지금 행복한 것만 생각하고, 하고싶은대로 살아도 되는건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완치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내 몸에서 사라지지 않더라도,
 조용히 있어준다면, 감사하게 생각하겠다고- 그랬었는데.
 사람은 참 간악하고 이기적이다.
 
 당신에게, 다른사람 만나라고, 괜찮다고 말하면서
 끝까지 붙잡겠다 말하는 것도.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시라, 말하면서
 나보다 더 좋은 여자가 어디 있는줄 아냐,라고 말하는 것도.
 





 아무튼.
 오늘 해야할 일은,
 형사소송법- 판례정리.
 청소. 문구점에 가서 자, 초록색 볼펜 사기.
 뭐라도 챙겨먹기. 아, 영화 예매하기.
 욕실 전구 갈아끼우기. 
 
 정리할 것.
 작은 방에 쌓여있는 책정리하기. 책장에 꽂기라도 하기.
 보지않는 책들 싸서 벽장에 넣기. 
 벽장에 잠자는 노트들 꺼내기.


 

HR-career   14.11.26

자우림이 부릅니다. 샤이닝....

向月   14.11.26

이 가슴 속에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PINK   14.11.26

의사를 믿어야 하는건지, 안믿어야 하는건지,,,

向月   14.11.26

그렇죠? 음- 그게 힘들어요..
의사들도, 힘들겠죠? ㅋㅋ 시간이 지나니, 이해하게되요, 모든걸.
그럴수도 있다, 그러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