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째 공장에서 야간 일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밤에 일한다는 이유로 더 피곤하지는 않다.
낮에 일해도 이 정도는 피곤했으니까.
같이 간 언니도 있어서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작업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된다.
왜 자꾸 소리를 지르는 지 모르겠다.
뭐가 좀 안 되면 그냥 말로 하면 안 되나?
컨베이어 벨트에 앉아서 일을 하는데
작업 속도가 느리면 와서는, 꼭 시비조로 말 하거나 소리를 지른다.
얌전한게,
"뭐해? 자? 빨리 안 해?"
이거고
더 심한 사람이 오면
"집에 가고 싶어?! 일 하기 싫어?!"
막 이러면서 소리를 지른다.
와우.
내가 노동자가 아니라 무슨 노예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정말 울컥울컥하는데 겨우 참는다.
이름도 안 부른다.
그냥 무조건 야.
자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도 있는데
그냥 소리를 지른다.
뭘 또 못 하면
"너네 몇 살이야!? 이것도 못 해?!"
이러기도 하고,
불량이 나오면
"이게 하나에 얼만 줄 알아?! 불량 또 내면 너네 월급에서 깔 거야!!"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이런 분위기에서는 난생 처음 일 해본다.
인격이란 게 없다.
원래 공장은 이런 건가?
관리자가 뭐라고 한다고 하길래
그냥 잘못하면 심하게 혼내거나 꼬장을 부리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심하다.
이건 그냥 1:1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뒷통수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니-
진짜 기분이 나쁘다.
.
.
내 유일한 낙은 잘생긴 남직원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내가 사흘 동안 배운 두 가지 일은
맨 끝에서 완성품을 받아서 통에 집어넣는 것과
맨 처음에서 검수를 해서 내려보내는 것인데,
둘 다 남직원들이 물건을 날라다주고
다시 가져가기 때문에
계속 내 옆을 들락날락한다.
그 덕분에 남직원들의 얼굴을 계속 보는데
그 낙으로 일을 하고 있다.
안 그럼 새벽 4시쯤 되면 영혼이 나가면서
'나는 여기서 왜 이걸 하고 있는가.
이 무시를 당하면서'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간성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서 왜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같이 간 언니도 같은 생각이라서
앞으로의 거취를 의논해보기로 했다.
무슨 최소 5일은 일해야 돈을 준다고 하는데
그딴 게 어딨나, 노동청에 신고하면 받아주는데.
어쨌든 일단 돈을 벌어야 하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정해지기 전에는 계속 일을 하고 있어야겠다.
하루에 8만원 정도 버니까
일단 한 달만 하고 다른 데로 가볼까, 생각 중이다.
그동안 일을 너무 안 해서
지금 가진 돈이 없고
갚을 돈도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