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화가 났다.
화를 잘 내지 않는 내가
나를 화나게 한 상대에게
싸가지없게 말 했을 정도로 화가 났다.
.
.
지난 주 금요일 날
원래 하던 야간 일을 그만뒀다.
휴대폰 공장이 비수기가 되어서 그런지,
하루가 멀다하고 자꾸 일 없으니 나오지 말라고 문자를 띡띡 날려대서
여기 있으면 돈을 못 벌 것 같아 나왔다.
주말을 쉬고
화요일에 같이 일하던 언니와 다른 아웃소싱 업체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이라기보다는 괜찮은 일자리를 소개받고자 갔다.
가서 우리의 조건에 맞는 공장을 고르고,
목요일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바로 출근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그곳은 조건도 좋고
확실한 사람을 원해서
사전에 면접을 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의 형식적인 면접이고
다음 날 바로 출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면접을 보러 갔다.
내가 찾아간 아웃소싱 업체에서 나랑 언니 두 명,
그리고 다른 업체에서 세 명이 와서
총 다섯 명이서 면접을 봤다.
딱히 그 중에서 몇 명을 뽑는다거나 한 게 아니라
출근하시면 어떻게 하면 되고,
급여는 어떻고,
내일은 몇 시까지 어디로 오면 되고
이런 걸 말해줬다.
그렇게 면접을 다 보고 나서
아웃소싱 업체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다.
내일 확실하게 출근하시는 거 맞냐고.
그래서 맞다고 했더니
안 오시면 안 된다고 꼭 오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에 다시 전화가 와서는
그 공장에 티오가 부족해서 출근을 못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정말 화가 났다.
사람 가지고 장난 하나.
자리가 있다고 해서 시간 내서 면접 보러 갔더니
출근 약속까지 다 받아놓고 이제와서 자리가 없어?
왜 자리가 없는데 면접을 그렇게 많이 봤냐고 했더니
무슨 그 공장에서 유지할 수 있는 인원에 한계가 있고-
어쩌고 하는 개소리를 했다.
미친 누가 그걸 물어봤니,
그딴 게 있음 면접 보기 전에 말해야지.
내가 물어본 건 그래서 그 한계가 있는데 왜 그 이상 면접을 보고 지랄이냐고.
그걸 물은 거잖아.
.
.
아,
진짜 빨리 새로운 데 구해서 일 좀 하면서
공장 말고 다른 아르바이트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진짜 공장,
특히 아웃소싱을 통해 들어가는 공장은
일할 곳이 못 되는 것 같다.
정말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고
이런 대접을 받아본 건 처음이다.
늘 서비스업에서 일 했기 때문에
고객에게 상처를 받는 일은 있었어도
근로자로서 이따위 대접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떠받들어지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면접을 보면 언제까지 연락을 줄 건데
같이 일 못 할 수도 있다,
는 건 미리 말해줬다.
적어도 교육이나 제대로 시키고 나서
내가 못 한 걸 뭐라고 했다.
그마저도 내가 못 한다고 집에 가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손님이 없다고 퇴근 시키고 급여 안 준 사람도 없었고,
손님 많다고 점심시간 없앤 사람도 없었다.
음료 잘 못 만들었다고 물어내라고 한 사람도,
나한테 소리를 지른 사람도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진짜 3주간 이 쪽 일을 하거나 이 쪽 일을 구하고 있는데
씹다버려진 껌이 된 듯한 더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꺼져라
내가 여기 아니면 일 할 데 없는 줄 아냐,
남의 시간 물로 보는 새끼들.
제대로 된 데 구하고 싶은데
돈을 얼마 못 버니까 고생스럽더라도 생산직 하려고 했던 건데
이따위 대접 받고 일 못 하겠다.
그냥 내년에 조금 더 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 대접 받는 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