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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덕회
 영화 <대호>   2016
조회: 2659 , 2016-01-11 02:17


난 백주부의 레시피를 좋아한다.

'요리'라는 영역에 
쓸데없는 '후까시'를 없애려는
그의 접근법이 마음에 들고,

또 그의 요리에 첨가되는 '뽕끼'어린 맛도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호에 따라 양만 조절한다면 더 좋다..) 

콩국수를 몹시도 좋아하는 내가,
그가 알려준 콩국수 레시피대로 해봤더니
정말 '끝내주는' 콩국수 맛을 얻을수 있었다. 
이토록 쉽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그의 레시피는 시리즈가 되어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한
'쉽쥬?'와 '그럴듯하쥬?'는
그의 인기를 만들어준 핵심 요소일 것이다. 

반면에, 10여년전 경주에서
콩국수가 유명하다던 맛집에 간 경험.
주인 할머니가 콩국수 주문을 받고는
음식을 내오기까지 무려 30분이 걸렸던 거다!!

게다가 맛은...
뭐랄까....

면은 고무타이어처럼 두껍고 질겼고,
국물은 너무 뻑뻑해 투박하기 이를데 없었고
별로 시원하지도 않아 대체 이집이
왜 '맛집'인지 모르겠다며
투덜댔던 적 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아니 실은, 매우 실망스럽게)
일종의 해프닝처럼 그 집을 머리에서 지우고
한 참이 지났는데...

그랬는데...

그 할머니 콩국수집이 그 뒤로,
계속 생각이 나는 것이다.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콩을 갈기 시작해서 콩국을 만들고 
반죽을 밀어 하나씩 면을 뽑아 삶아내고
그렇게 한 그릇씩 정성스레 내오던...

'쉽지도 않고'
'너무 진하디 진한' 

그 '묵직한 맛'이 
천천히 올라와 계속
내 입안에 돌게 했던 것.

이 영화 '대호'가 
바로 그렇다.

단지 영화 흥행 기록만으로
평가받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만약에, '쉽게' 맛을 내기로 했다면
일본군을 좀더 선명하게 '악'으로 가면 됐다.
그리고 주인공 조선인 포수가 '선'하게
'통쾌하게' 일본을 이기는 식으로 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흥행은 잘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참 다행스럽게도... 

비록, 지금의 입맛과 요청에
부합되지 않았더라도
그 '진정성'과 '깊이'라는
정말 묵직한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내가 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지금 나이에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게
참 다행이다 느낄 정도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그리고 '부성'에 대한 예의를,
조금이라도 품거나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묵직함에
마음이 휘청하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오래두고 찾을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잘 봤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프러시안블루   16.01.11

봐줘야할 영환가 보군요..

전 올초에야 내부자들 봤고
응답하라1988도 이제 2회차 보고 있네요..

티아레   16.01.11

응팔 드뎌 보시나요 블루님?^^
드라마 잘 안보는 제가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제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예요 ㅎㅎ

프러시안블루   16.01.11

ㅋㅋ 방가

티아레   16.01.11

<내부자들: 디 오리지날>도 님의 리뷰 읽고 바로 그날 가서 봤는데
<대호>도 봐야겠네요. 이 리뷰도 잘 봤어요 고마워요^^

무아덕회   16.01.12

블루님, 티아레님 좋은 감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

向月   16.01.12

음 대호,잔잔하지만 괜찮게 봤어요. 근데 cg는 좀그랬어....... 호랑이를 보며 난 왜 '차우'가 생각났나몰라ㅠㅠ

무아덕회   16.01.12

에에~? '차우'랑 비교는 좀 심한데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ㅠㅠ 아주 '훌륭하다'는 아니어도 꽤 '잘했다' 수준은 충분히 된다고 봐요...그나저나 향월님, 근황 어떤지 궁금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