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백주부의 레시피를 좋아한다.
'요리'라는 영역에
쓸데없는 '후까시'를 없애려는
그의 접근법이 마음에 들고,
또 그의 요리에 첨가되는 '뽕끼'어린 맛도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호에 따라 양만 조절한다면 더 좋다..)
콩국수를 몹시도 좋아하는 내가,
그가 알려준 콩국수 레시피대로 해봤더니
정말 '끝내주는' 콩국수 맛을 얻을수 있었다.
이토록 쉽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그의 레시피는 시리즈가 되어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한
'쉽쥬?'와 '그럴듯하쥬?'는
그의 인기를 만들어준 핵심 요소일 것이다.
반면에, 10여년전 경주에서
콩국수가 유명하다던 맛집에 간 경험.
주인 할머니가 콩국수 주문을 받고는
음식을 내오기까지 무려 30분이 걸렸던 거다!!
게다가 맛은...
뭐랄까....
면은 고무타이어처럼 두껍고 질겼고,
국물은 너무 뻑뻑해 투박하기 이를데 없었고
별로 시원하지도 않아 대체 이집이
왜 '맛집'인지 모르겠다며
투덜댔던 적 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아니 실은, 매우 실망스럽게)
일종의 해프닝처럼 그 집을 머리에서 지우고
한 참이 지났는데...
그랬는데...
그 할머니 콩국수집이 그 뒤로,
계속 생각이 나는 것이다.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콩을 갈기 시작해서 콩국을 만들고
반죽을 밀어 하나씩 면을 뽑아 삶아내고
그렇게 한 그릇씩 정성스레 내오던...
'쉽지도 않고'
'너무 진하디 진한'
그 '묵직한 맛'이
천천히 올라와 계속
내 입안에 돌게 했던 것.
이 영화 '대호'가
바로 그렇다.
단지 영화 흥행 기록만으로
평가받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만약에, '쉽게' 맛을 내기로 했다면
일본군을 좀더 선명하게 '악'으로 가면 됐다.
그리고 주인공 조선인 포수가 '선'하게
'통쾌하게' 일본을 이기는 식으로 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흥행은 잘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참 다행스럽게도...
비록, 지금의 입맛과 요청에
부합되지 않았더라도
그 '진정성'과 '깊이'라는
정말 묵직한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내가 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지금 나이에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게
참 다행이다 느낄 정도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그리고 '부성'에 대한 예의를,
조금이라도 품거나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묵직함에
마음이 휘청하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오래두고 찾을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잘 봤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