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 경비원은 두 명이다. 최씨와 이씨. 그 중 최씨가 지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 양반, 최씨로 말하자면, 요즘 노예근무 혹은 아파트 주민의 갑질에 희생당하는 그런 경비원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최씨가 우리 아파트에서 근무한게 5년이 넘는데, 중간에 칼 같았던 관리소장이 바뀌고 관련 직원들이 싹 물갈이 되면서 최씨 만큼 오래 이 아파트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없게 됐다. 여기서 부터 뭔가 주객이 전도되기 시작했는데, 아파트 사정을 더 잘 안다는 핑계로, 관리소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오히려 직원들(그래봐야 대부분 나이 젊은 사람들뿐)을 '가르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게다가 입주한지 얼마되지 않는 주민들에게도 종종 훈계질하는 모습까지 발견됐는데 아무도 최씨를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면서 점차 최씨의 근무태도가 나빠져 갔는데 급기야 경비실에서 저녁에 술까지 마시게 된거다. 그와 잘 어울리는 노인회장이나 몇몇 남자 주민들과 소주와 안주를 먹으며 대놓고 경비실에서 왁자하게 떠들었는데, 한두번이 아니라 꽤 자주 목격하게 된 것. 그런 부분을 못 참은 주민들은 관리사무소나 인력용역회사에 민원을 제기해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그러다 결국, 아파트 관리소장이 직접 근무시간에 최씨가 술 마시는걸 목격하게 됐고, 그 다음날 최씨는 바로 경질됐다. 그게 지난, 6월 중순 무렵이었다. 경비원 최씨의 나쁜 근무 태도때문에 어수선했던 아파트 분위기는 새로온 경비 아저씨의 성실한 모습으로 서서히 안정을 찾아 갔다. 그런데! 난데없이 7월말부터 최씨가 다시 출근을 시작한거다! 알고보니, 그와 가깝게 지내던 노인회장이 최씨를 다시 복직시키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매일 찾아와 진상을 떨고 심지어 SH동대문 관리센터까지 찾아가 최씨 경질은 부당하다며 땡깡을 피웠다고 한다. 그리고 동시에, 현재 우리 아파트 관리소장에 대한 불신임과 관리소장교체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연판장을 돌려 서명을 받고는, SH동대문 관리센터에 제출하지 않을테니 다시 최씨를 복직시키라고 현 관리소장한테 요구했다는 것. 내년이 정년퇴임인 관리소장은 말썽없이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노인회장의 요구를 들어주고 최씨를 복직시키기로 했단다. 그런 야단법석을 떨고 난 뒤, 아무일 없다는 듯 다시 돌아와 버젓이 근무를 하고 있는 경비원 최씨.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전보다 더 주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근무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런 최씨와 주민들의 의사와 요구를 대행하는척, 속내는 자신과 자기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하는 노인회장. 그들은 주민들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심과 몰염치, 이런건 꼭 가진 자만의 특징이 아니다. 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한 맹렬하게 자기 잇속을 챙기며 살 뿐.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마냥 순하지는 않다...뭐 그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