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크게 될 것 같다'이다.
나중에 TV에서 볼 것 같다든지,
유명해질 것 같다든지,
하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고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아주 아주 그릇이 작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람이 크게 되려면 세상과 나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그 더러운 곳에 직접 뛰어들어가 뭐라도 하려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게 없다.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저것도 아닌 것 같고-
오류와 버그, 그리고 부도덕성은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마음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만큼의 정직성과 성실함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제대로 알 지도 못하면서 견해를 가진 것마냥 떠드는 것이 이제 지친다.
대학 다니는 동안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에 대해 의견을 가졌고 피력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그 세월 동안 실제로 만들어낸 변화가 얼마나 되는가?
나는 떠들줄 만 알았지 현실을 실제로 겪거나 볼 생각은 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낸 적도 없었다.
뉴스를 보고 논평할 줄은 알았지만
사실 관계를 어떻게 따져야 하는 지
정확한 정보는 어디서 얻어야 하는 지는 몰랐다.
친구들과 이러쿵 저러쿵 떠들었지만 본질에 가닿은 적이 과연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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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스에서 보는 정치적 사건, 의제들에 대해서는 한동안 입을 다물기로 다짐했다.
차라리 입을 다물면 내가 모른다는 걸 알기나 하지,
한참 떠들고 나면 내가 뭔가 알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뉴스를 읽었을 뿐이다.
기자가 쓴 글이 내가 아는 사실 관계의 전부다.
나의 세계는 얼마나 얄팍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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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내가 발 딛고 있는 땅 위에서 살 것이다.
머리 속이 아니라 실제를 살아낼 것이고
정말로 아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말 할 것이다.
이게 끊임없이 회의에 빠지는 나를 건져낼 수 있는 원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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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크게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잘 이어진 촘촘한 연결망 속에 견고하게 '속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크다.
파편처럼 흩어져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가 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찾아 연결되는 것 말이다.
크기 보다는 견고함에,
명예보다는 소속감에,
경제력보다는 팀플레이에 더 관심이 간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든,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겠다.
단순히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생하는 것을 넘어서
정말로 견고한 연대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해서 사는 것 말이다.
전에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10명만 모아서 집 짓고 같이 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한 번 해봐야겠다.
요즘 공동체 주택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그런 것도 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