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에 일어났다..
눈이 떠질때마다 다시 억지로 감으면서 자고.. 또자고..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네시가 되어버렸다.
가방에 아무렇게나 넣어뒀던 핸드폰은 꺼져있고.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티비를 켜고.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고.
난 그렇게 같은시간 다른공간에 나를 찾는다.
조금도 바쁘지도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 시간안에서.
밥을 먹는다.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는 찝찝한 느낌.
어두워지기 시작할때즈음 나는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다시 들어와서 어지러진 방안 의자에 앉는다.
음악을 크게틀고 손을 빠르게 움직여 물건을 이리저리 옮겨보지만.
좁은방안은 여전히 커다란 박스로 가득찬 창고처럼 느껴진다.
무언가 몸에서 빠져나간듯한 허전한 느낌.
깨끗하지 못한 기억이.
..전화벨이 울렸다.
친구로 등록되있는 녀석이라서 입술..달콤한..이 나왔다.
술을먹어서 꼬이는 발음으로 녀석은 말한다.
\"나 언제볼꺼야..\"
글쎄.
볼수있을까.
요즘의 나는 망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렇게나 살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제발.. 날좀 붙잡아 달라고 소리친다.
아무도 모르는 나는.
역시 나에겐 나뿐이다.
아주멀리.
멀리 사라져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