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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목요일 아침 마음의 단상   neuf.
조회: 634 , 2022-08-11 09:52

어제는 러닝크루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수요일에 러닝 클래스가 열린다고 해서 신청을 해놓았다.
별 생각없이 과외 끝나고 출발하면 되겠지 싶었다.
7시에 끝나니까 8시까지 도착하겠지.

어림도 없었다.
10분 전에 도착해야했고
나는 초행길이었다.
7시에 모든 준비가 끝나고 딱 출발만 하면 가능할 수도 ㅣ있었겠으나
과외 준비하고 수업을 하다보니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수업 끝나고 취소를 했다.

톡방에도 사과하고 ㅁ언니에게도 사과를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진작에 취소를 하거나 과외 일정을 조정했어야지.
왜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결국 약속 취소한 사람이 되고,,
ㅊ언니랑은 내가 월요일 약속도 취소했는데
두 번이나 약속을 취소해서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실 미안함보다도
약속을 취소한 사람이 된 것
흠이 잡힌 게 더 싫은 것 같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ㄴ씨가 나를 안 좋게 보지 않을까
ㅊ언니가 나를 안 좋게 보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샐러드를 사러 가는 동안에도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언니가 어쩔 수 없지 뭐 하는 것도 비꼬는 걸로 들렸다
저렇게 화내는 거 아닐까, 하는.

.
.


그래도 마음챙김을 하려고 했다.
고통은 내 머릿속에 있구나,
나무에도 벤치에도 하늘에도
나의 고통은 깃들어있지 않다

내 고통이 깃든 곳은 내 머리속이다.
내가 곱씹고 생각해서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라고.
무튼 그래서 내 몸의 감각과 외부의 환경으로 주의를 돌리려고 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사실 이런 일시적인 불편감은
통증과도 같아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사라진다.
너무 포커스를 깊게 맞출 필요도 없는 듯.

무튼 그렇게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헬스장으로 운동을 갔다.
웨이트를 마치고 러닝머신을 타면서 
TV 채널을 돌리는데 하우스가 나왔다.
고등학교 때 정말 재밌게 봤었던 의학 미드!
괴짜 의사 하우스가 나오는 드라마였는데,
추억도 돋고 반가워서 뛰는 동안 에피소드 하나를 보았다.

어떤 엄마가 갓 출산을 했는데
아이가 아픈 모양이었다.
치료법을 찾지 못하다가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 수혈을 했더니
아이의 증상이 잦아들었다.
늘 그렇듯 이런 저런 토론과 추론을 거친 뒤
아이 엄마에게 폐암과 피부암이 있었고, 폐암이 피부암을 치료하고 있었다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엄마의 혈액이 아이의 암을 치료하고 있었다는 것도.
암이라는 것이 밝혀져서 아이와 엄마 모두 화학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아이 엄마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화학 치료를 받게 할 수 없다며,
완치될 때까지 자신의 치료를 미루고 아이에게 수혈을 하겠다고 했다.
7-8일 정도 걸리는 시간 동안 자신의 치료를 미루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도.

그 엄마에게는 성인이 된 딸이 1명 더 있었는데
그 딸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는 것 같았다.
딸을 낳으면 정말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는데
낳자마자 자신의 암을 물려주게 되어 죄책감이 더 큰 것 같았다.
그렇게 목숨을 건 수혈을 하다가,
아이의 엄마는 결국 급성 폐색전증으로 사망하고 만다.

갓 태어난 아이와, 그 아이의 언니, 
즉 엄마의 두 딸만이 세상에 남겨졌다.
드라마에서는 딸이 아기를 안아들고,

엄마가 너를 위해 했던 것들을 네가 알게 해줄게,
엄만 최고의 엄마였어, 

라고 이야기하면서 마무리된다.

나는 사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감동적이라기보다는,
아이의 엄마가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내가 드라마 속에 나오는 병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지도 모른다.
그냥 둘 다 화학 치료를 받으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들은,
'아이가 화학치료를 받으면 뇌나 발달상 손상이 있긴 하겠지만,
어머니가 감수해야 할 위험보다는 훨씬 적다.'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뇌나 발달상의 손상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감이 안 와서,,
아주 적은 수준인지 아니면 정말 장애가 있을 정도인지.

무튼 아이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장애를 갖지 않도록 하고 싶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결국 엄마가 두 딸 모두의 곁을 떠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죄책감이라는 자신의 미해결된 심리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맹목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다.

결국 큰 딸의 곁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작은 딸의 곁은 아예 떠나버린 게 아닌가?
게다가 큰 딸에게는 엄마의 상실과, 이제 갓 태어난 동생이라는 부담까지 안기고.
차라리 살아서 큰 딸, 작은 딸과 함께 살며 
그동안 주지 못한 사랑을 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마의 엔딩에 별로 공감이 가진 않았다.
무튼 하우스는 늘 이런 생각할 거리를 남겨줘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오랜만에 보니까 인종차별, 성차별 요소가 너무 많긴 해서
다시 정주행 할 지는 모르겠지만.



.
.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어쨌든 아이는 내 아이고,
아이에게 나는 절대적 존재일테니까.

그러면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물론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는 나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도구가 아니니까.

나를 위해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지만,
이런 생각까지 하는 것을 보니 내가 많이 사랑이 고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척척 스스로 살아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도 사실 온기가 많이 그립구나.
기댈 수 있는 곳,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구나.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아직 나의 세상은 얼어있다.
물론 내가 얼려놓은 것이다.
주변은 따뜻해졌는데.
온도계가 고장나서 아직 예전의 온도를 고수하고 있달까.

왜냐면 내 온도계의 설계상으로는 이게 아직 안전 온도라고 되어있으니까~


* 안전 유지 조건 *
 
1. 아무하고도 내 마음을 나누지 않기
2. 누구도 믿거나 기대지 않기
3. 기대하지도 실망하지 않기

※ 주의 : 지키지 않을 손상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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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았다 낡았어
안전유지 조건을 수정해볼까?

* 안전 유지 조건 (2022.08. 11 개정) *

1.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마음을 나누어도 괜찮음.
2. 믿을 수 있을만한 사람은 믿고 기대도 괜찮음.
3. 적절한 수준으로 기대해도 괜찮으며, 실망감은 느끼고 나누는 방식으로 처리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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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믿음이 배신당할 거라는 이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아.
이거 진짜 견고해ㅠㅠㅠㅠ

결국 내 인생에 큰 일이 발생하면 누구도 내 편이 아니겠지.
엄마도, 가족들도. 
나를 깊이 이해하고 위하는 사람은 없어.
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나를 받아주고 일으켜줄 사람은 없어.

너무 슬퍼.
나는 그럴 거라고 믿었는데
나의 믿음이 와장창 와르르 무너져서.
화가 나.


이 마음을 해소해야지 나의 뿌리 깊은 불신 레퍼토리를 끊을 수 있다.
일단 인지부터 수정해볼까.
감정은 혼자 해소하기는 어려우니까.

1 단계 : 파국적 표현 사실 관계 표현으로 바꾸기.

결국 내 인생에 큰 일이 발생하면(→ 했을 때누구도 내 편이 아니겠지. → 누구도 내 편이 아니었어.
엄마도, 가족들도. 
나를 깊이 이해하고 위하는 사람은 없어. 없었어.
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나를 받아주고 일으켜줄 사람은 없어. → 없었어.

너무 슬퍼.
나는 그럴 거라고 믿었는데
나의 믿음이 와장창 와르르 무너져서.
화가 나.

2 단계 : 극단적 표현 현실적 표현으로 바꾸기.

결국 내 인생에 큰 일이 발생하면 누구도 내 편이 아니었어. → 엄마, 가족은
엄마도, 가족들도. 
나를 깊이 이해하고 위하는 사람은 없었어.→ 내 예상과 달랐어.
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나를 받아주고 일으켜줄 사람은 없었어. → 내 예상과 달랐어.

너무 슬퍼.
나는 그럴 거라고(→ 엄마, 가족을) 믿었는데
나의 믿음이 와장창 와르르 무너져서.
화가 나.

.
.


<새로운 배신 트라우마 관련 인지 (08.11)>

결국 내 인생에 큰 일이 발생했을 때 엄마, 가족은 내 편이 아니었어.
나를 깊이 이해하고 위하는 사람 내 예상과 달랐어.
가족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 위해줬어.
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나를 받아주고 일으켜줬던 사람들 역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었어.

너무 슬퍼.
나는 엄마와 가족을 믿었는데
나의 믿음이 와장창 와르르 무너져서.
화가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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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해 파국적, 극단적, 추상적으로 표현하던
나의 배신감과 분노를
과거의 구체적인 감정으로 되살려내기!
이것만 해도 훨씬 새로운 안전수칙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진다.

일단 배신 트라우마를 정서적으로 재경험하고 해소할 필요가 있어보이는데,
이건 내가 혼자 하기 힘든 거니까 상담을 좀 받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는데 상담 받을 순 없으니까.
안전 기지를 깨고 나가려는 노력을 해보고
어려운 점이 생기면 상담을 받아보자.

일단 오늘 개정한 새로운 안전 수칙 일상에 실현해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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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유지 조건 (2022.08. 11 개정) *

1.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마음을 나누어도 괜찮음.
2. 믿을 수 있을만한 사람은 믿고 기대도 괜찮음.
3. 적절한 수준으로 기대해도 괜찮으며, 실망감은 느끼고 나누는 방식으로 처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