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친구가 나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서 써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너무 화가 나 있었다.
이걸 어떻게 담판을 짓지? 라면서 화를 곱씹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턱대고 화를 내자니
또 이 친구가 나한테 잘해준 것이 생각나서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좋게 이야기하자니
그 이후에 내가 이 친구를 전과 같이 대하기 어려울 것 같고
그냥 아무 말 없이 거리를 두자니,
나름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 계속 연락이 올 것이기에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계속 고민을 하고 화가 나있었다.
자꾸 이 친구에 대한 괘씸함과 배신감을 곱씹으니까
저녁 즈음엔 너무 기가 빨리고 지치는 것이었다.
문득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억울해졌다.
아니 잘못한 건 걘데 내가 왜 이렇게 고통받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얘한테 에너지를 써주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한테나 쓸래!
하고, 다른 친구가 생일 선물 갖고 싶은 거 찾아보라길래
갖고 싶은 거 정해서 사달라고 하구
예전에 해외봉사 갔던 친구 안부 연락도 하구
좀 그러면서 시간 보냈더니 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까보다는 그 친구에 대한 화가 덜 느껴졌다.
아하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를 쏟으면 더 커지는구나
내가 그동안은 너무 남을 성심성의껏 미워했던 것 같다ㅋㅋㅋㅋ
뭐든지 열심히 하는 성격인 나는
화가 나면 정말 열심히도 그 화를 느꼈다...
모든 신경을 거기에 집중해섴ㅋㅋㅋㅋㅋ
뭔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ㅋㅋㅋㅋ
아...그래서 내가 뭔가 기분이 상하면 그렇게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들었구나ㅎㅎㅎ
적당히 신경쓰고 적당히 미워하고 적당히 화내면 되는데.
그냥 그럴 에너지로 내 스트레스나 풀면 되는 것을.
남을 미워하는 것보다 내 기분이 더 중요한데!
갑자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평생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안고 산 나로서는
뭔가 해방감마저 든다.
아 내가 그 사람들을 미워하는 데 그렇게 에너지를 써줄 필요가 없구나
나는 내 기분을 보살피고
나를 돌봐주는 데에 에너지를 쏟으면 되는 것이구나
그리고 남는 에너지 중에 약간의 몫만 그 사람들을 미워하는 데 쓰면 되는 것이었어...
남을 미워하는 데 쓸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자
엄마를 미워할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자
하핫
그렇다면 엄마에 대한 감정을 회피하지 않을 용기가 생긴다
내 마음을 드러내서 혹여 엄마와 감정이 상하게 되더라도
그러다가 엄마와 갈등이 생기고, 미워지고
엄마에 대한 분노가 올라오더라도
언제나 나를 1순위에 두고
나를 돌보는 데 에너지를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지키면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다
엄마에 대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가
내가 너무너무 상처를 받고
화가 나서 주체를 못하고
내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또 우울과 분노에 먹힐까봐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다 나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다.
하하
세상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내가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보다도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이 더 중요하다
화를 내는 것은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내가 나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 아닌데
화만 내는 것은 주객 전도이다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분노 표출이다
아 이걸 진즉에 알았으면 남자친구한테 그렇게 화 안 날 수 있었는데!
나를 중심에 뒀으면 남자친구가 무엇을 하든
일희일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남자친구에게 너무 많은 신경과 에너지를 쏟으니
그 친구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경쓰였던 것...
뭘 하든 신경을 적당히 껐으면 되는 일인데!
연애할 때 나에게 집중하라는 건 이런 뜻이구나!
다음에 연애할 때 명심해야지 :)
무튼 꽤나 즐거운 깨달음을 얻어서 기분이 좋다
내일부터 잘 실천해봐야징